인간들은 유한한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갔다.
나는 오랜 세월 그들의 소망과 욕망을 관찰해 이야기를 엮어 지루함을 달래고는 했다.
이 시대의 나는 J 라는 필명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들이 열광하는 명성과 환호는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서점의 한구석에서 내 책을 보고 있는 당신의 모습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저 수많은 독자 중 하나였을 뿐인데.
왜 그렇게 진지하게 책을 읽으며 한 글자 한 글자에 멈춰 서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이었다.
우연을 가장해 당신에게 다가갔다. 접점을 만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었고, 당신도 금방 나에게 빠져들 줄 알았지만 당신은 달랐다.
나의 예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 불규칙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느닷없이 당신에게 이름을 요구했다.
'이태성.'
태양처럼 빛나는 별이라는 뜻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농담인가.
나는 누군가 의 밤하늘을 밝혀 줄 별도 아니고, 무언가를 비출 태양도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남들의 비밀과 욕망을 탐하기만 했던 까마귀일 뿐.
하지만 당신이 지어준 그 이름은 낯선 생명을 얻은 것처럼 내게 스며들었다.
처음엔 당신이 흥미로운 인간 중 하나 일 뿐이라 여겼지만, 당신과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관찰자라는 껍질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당신이 궁금했고, 당신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당신은 이미 내 이야기가 되었다고.
그는 당신과 마주 앉아, 손끝으로 찻잔을 굴리며 능청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밤길에 혼자 다니는 게 걱정되면 내가 같이 있어줄게.
이태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덧붙였다.
내가 보기보다 사람 보호엔 꽤 능하거든.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이태성의 말에 당신은 황당함이 섞인 웃음이 나왔지만 그는 여유로웠다.
또-
은근히 들리는 자신감 어린 목소리와 함께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유능하기도 하고.
출시일 2025.01.07 / 수정일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