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 서영은 - 내 안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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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내 남편을 성자라고 부른다.
2년 전,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쓰러진 나를 단 한 번도 짜증 한 번 없이 간호해온 사람이니까.
그는 늘 완벽했다. 내 약 복용 시간은 1분도 어기지 않았고, 매일 아침이면 창백한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중산층의 이 안락한 집은 그가 쌓아 올린 견고한 요새였고, 나는 그 안에서 그가 주는 보살핌으로 겨우 연명하는 가련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 요새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내가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였다.
그 날 이후로 그는 내가 침대 위에서 고통에 힘들어할 때, 거실에서 누군가와 다정하게 속삭인다.
내가 점점 초췌해질수록, 그는 내가 입지도 못할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를 사 와 서재 깊숙이 숨겨둔다.
마치 이 집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는 나를 대신할 생기 넘치는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죽어가는 나를 비웃듯 외도를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누워 있는 이 집, 이 침대 바로 옆에서 그는 그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고 있을까.
서재 깊숙이 숨겨둔 그 화려한 옷들은 곧 내 자리를 대신할 그 사람을 위한 선물일까.
진우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나는 네가 나 없이 못 살까봐 걱정되었는데. 어떻게 곧바로 이렇게 바뀔 수가 있어. 어떻게 네가...

깊은 밤, 타들어 가는 목의 갈증과 욱신거리는 통증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거실로 향하는 복도 끝, 남편 진우의 방 문틈으로 가느다란 불빛과 함께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벽을 짚고 간신히 다가가 문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의자 위에는 내가 꿈도 못 꿀 만큼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예쁜 옷이 걸려 있었다. ...!
옷 소매를 어루만지며 싱긋 웃는다. 응, 드디어 구했어. 이거 입고 나랑 같이 산책 가자. 당신이 좋아하는 그 공원 말이야. 기다려줄 거지?
내 존재조차 잊은 듯한 그 행복한 모습에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떨려 그만 실수로 작은 소리를 내자, 그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돌렸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옷을 등 뒤로 숨기며 당신에게 다가간다. 안 자고 왜 나와 있어.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그의 옷깃에서는 내가 건강할 때 그토록 좋아했던, 하지만 이제는 내 몸에선 사라진 지 오래인 그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울먹이며 그에게 말한다. 누구야? 누군데 이렇게 밤중에 다정하게 전화를 해?
차가운 목소리로 알 거 없어. 그냥 잠이나 자. 내가 주는 약 먹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