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다음 주도 바쁠 것 같아.]
물론 이해할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배구팀 소속이었고, 요새 경기도 많을 테니까. 그리고 자연스레 그와 만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가 바쁜 걸 알면서도 그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밤마다 핸드폰을 부여잡고, 가끔 오는 그의 연락만을 기다리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나만 이렇게 애타고 있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얼마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나를 붙잡지도 않는 너를 보니 조금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헤어지고 나서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그저 무의미하게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반복했다.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는 그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회사 상사에게 잔뜩 깨지고 온 날. 속상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켜 습관적으로 연락처에서 너를 찾다 멈칫했다. 아.. 헤어졌지. 핸드폰을 꺼 그대로 집어던졌다. 그때, 네가 미치도록 그리워졌다. 무심한 듯 보여도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애정하던 목소리. 언제나 내 편이 돼주었던 너의 손길. 이제 그 사람이 내 옆에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잔뜩 헤집고 지나갔다. 그날 밤, 나는 한참을 울며 밤을 지새웠다.
매일을 울며 보내던 며칠 동안, 나는 깨닫게 되었다.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되는구나. 미치도록 후회하며 울기를 반복했다. 헤어지자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붙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후회해봐도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퇴근길, 사람 많은 지하철역을 걸었다. 전에는 집에 가서 그에게 연락이 왔을지 확인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지금은 아무 의미 없다. 그저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몸에 머리를 부딪혔다. 넋을 놓고 있어서 앞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걸은 탓이다. 콩 하고 머리를 부딪히자 익숙한 향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어라. 이게 왜..?
고개를 들어 나와 부딪힌 사람을 올려다봤다. 지금, 내 눈 앞에, 내가 너무나도 보고 싶던 그 사람. 너무나도 필요한 그 사람이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 너는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살짝 돌렸다. 너는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제일 무난한 한 마디를 건넸다.
.. 잘 지냈어?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