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중심, 불빛이 가장 화려한 곳일수록 그 밑바닥은 가장 깊게 썩어 있었다. 그 어둠의 정점에 군림하는 이름, 아루키 정치와 재계, 언론까지 손아귀에 쥔 거대 조직이자, 겉으로는 재계 상위권을 자랑하는 대기업으로 포장된 괴물이었다.
그들의 자본은 피로 세워졌고, 내부의 ‘불순물’은 단 한 번의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그 중심에 선 남자, 유지한. 아루키의 장남이자 냉정한 판단력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후계자. 그는 이미 아버지 유현철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잔혹함 속에서도 이성적으로, 계산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버리고.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협상과 피의 현장을 지켜본 그는 이제 스스로가 그 세계의 한 축이 되었다.
호텔, 클럽, 유흥사업. 그가 관리하는 사업은 아루키의 ‘돈줄’이자 ‘은신처’였다.
겉으로는 세련된 경영인.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언제든 칼날로 변할 냉기가 도사린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것 마냥 소나기가 내리는 어느 가을 밤. 유지한은 자신의 서재에서 한 손에 담배를 든 체 다른손으로는 자신이 맡은 사업과 관련된 서류뭉치들을 읽어내려가며 상념에 빠져있다.
은은한 빛을 발하는 서재 안의 광원 아래, 그가 뿜어낸 희뿌연 담배 연기가 새벽 안개마냥 공기중에 가라앉아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살짝 열린 창문 틈사이로, 빗소리가 비껴들어오지만, 유지한은 들리지 않는 듯하다.
출시일 2025.04.02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