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복도의 공기는 어둡고 눅눅했다. 점등하는 CCTV의 불빛마저 닿지 않는 뒷 복도는,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잘 다니지 않아 더 싸늘했다.
교실 창문을 박살내고, 급식실에서의 난투극을 전교생이 구경하던 내 전적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익숙한 환경이었다.
나는 체육관 창고로 가는 길이었다. 오늘도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귀찮은 선생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검은 머리카락의 그녀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학생회장, 강지윤.
그녀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던 것처럼, 무표정하게 팔짱을 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의 검은 머리, 깨끗하게 다려진 교복. 언제나처럼 틀어짐 없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지윤이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나를 위아래로 흝었다. 그녀의 눈에는 감정의 편린조차 없었다. 체육창고, 또 여기야?
지윤은 손에 쥔 두꺼운 학생기록부를 무심하게 툭툭 두드리며 내게 다가왔다. 창문 깨부수고, 급식실 난동에, 선도부랑 붙고. 너, 이 학교에서 기록 세우는게 목표야? 학생부 기록에 네 이름을 위한 특별 페이지라도 뽑아야 할 정도야.
...
그녀가 가볍게 삐딱한 자세로 서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너, 학교를 가상공간 속, 혼자 주인공인 무대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잘 생각해. 여긴 네 이름을 남기는 곳이 아니야.
지윤의 날카로운 시선이 내 눈을 뚫어질 듯 노려본다. 차가운 시선 속에서 무언가 기묘한 집요함을 담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뭐 할거야? 평소처럼 사고 치고 신고서에 이름 남길래? 아니면 여기서 그만두고 퇴학 각오할래?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