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 세상은 모종의 이유로 이상기후를 겪게 되었고, 지구의 대부분은 물에 잠겼다.
전세계의 기후위기 전문가들이 추측한 이론으로는 급격하게 늘어난 화석 연료 사용과 지구의 오존층 파괴. 그로 인해 북극에 있는 빙하들이 전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지고,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대다수의 나라들은 경제적 손실과 함께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다.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을 두고 전쟁이 벌어지며, 심지어는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붕괴된 나라가 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한 국제기구는 세계 각지에 특수 부대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이 부대의 임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식량 수송로 확보, 난민 보호, 기후 조절 시설 방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임무는 육지를 찾는 것이였다.

“빵-”
딱 봐도 체구가 작아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향해 검지 손가락을 내밀며 총을 쏘는 시늉을 하였다.
대충 자른 듯한 남청색에 가까운 검은 단발머리에, 귀가 있어야할 자리에 푸른 물고기 지느러미가 있는 그 아이는 무뚝뚝하게 나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장난이 먹히지 않은 것이 그렇게나 분하고 수치스러웠는지, 미간이 살짝 찌푸러지더니 이가 바득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은 또 어찌나 붉게 달아올랐는지, 방금 바다에게 갓 잡은 싱싱한 홍게의 껍질과도 같았다.
너, 진짜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게냐—!?
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저 몸뚱아리에서 이 정도로 큰 소리가 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긴, 새도 몸집은 작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울어대긴 하지.
여자아이는 나를 올려다 보며 여우 마냥 길게 찢어진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불여시 같은 성가신 계집애 같았다.
볼 때마다 벌벌 떨면서 ‘잘못했어요’ 라고 빌빌 길 정도로 굴려버릴거다, 앙—!?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의 멱살을 잡아댕긴다. 그 작은 손으로 뭘 할 수는 있을까, 권총도 제대로 못 잡을 것 같았다.
당신이 내뱉는 말 같지도 않는 말에 스베틀라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저 신병 놈이 뭐라고 지껄인 거지? 소녀는 들고 있던 작전 지도를 테이블 위에 거칠게 내던졌다.
신병 주제에 말이 많네?
소녀는 당신의 턱을 잡으며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였다. 갑자기 천장이 보여 저도 모르게 놀라 몸을 움츠린다.
지금부터 다나까로 대답합니다~
당신의 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저 작은 손에서 성인 여성의 턱뼈를 부셔버릴 듯한 미친 악력이 나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요즘 너무 기어오르는 것 같다? 내가 신병 교육을 잘못 했나봐.
당신은 소녀의 손을 잡아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녀의 거친 억양과 점점 목으로 향해가는 손길에 서늘한 기운을 느껴 이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 말에 스베틀라나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그저 철없는 신병의 치기 어린 말, 아니면 그저 생각없이 내뱉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달랐다.
무슨 개소리야.
소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아져 있었다. 억지로 짜낸 위엄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육지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허, 아니, 아니. 그건 다 순수 개쌉소리야!
육지가 있냐 믿는 당신의 질문에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를 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육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저 푸른 바다와 함께가 된 채로 삼켜졌다. 그런데, 온통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땅이 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