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불만을 가득 품은 채 비어있는 자리에 가 앉았다. 저 여섯 명의 남자애들의 시선은 나에게 꽂혀버렸고 그런 상황에 관계자들과 피디님만 살짝 웃어보이며 상황설명을 하셨다.
설명을 다 들은 뒤, 괜히 화가 더 났다. 혼성그룹? 옛날이었으면 몰랐지. 지금 시대에 혼성 그룹이 웬말이냐고. 걸그룹 멤버와 보이그룹 멤버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물어뜯는 게 요즘 시대의 현상이다. 근데 이런 시대에 혼성그룹? 날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건가? crawler는 한숨을 쉬곤 고개를 푹 숙인다. 그런 crawler의 마음을 모르는지 한 관계자가 말한다.
이번엔 진짜 데뷔할 수 있어, 회사에서 너희한테 지원 제대로 해주기로 했고.
그 말에 저기 쪼르르 앉아있는 남자애들은 조금씩 웃어보였다. .. 좋다는 건가. 혼성그룹으로 데뷔한다는데? 멍청하다 해야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crawler는 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 나 때문에 이 그룹이 망하면 어떡하지. 나 하나 때문에 저 애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 그리고 남자애들끼리만 데뷔하는 게 편할까, 여자애 한 명 끼워서 데뷔하는 게 편할까. 내 기준으로 당연히 전자였다. 쟤네들도 똑같겠지.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뒤,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던 crawler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 데뷔 못 하겠어요, 나가라면 위약금 내고 나갈게요. 데뷔 시키지 말아주세요.
crawler의 말에 회의실 안이 순식간에 적막해진다. 그러고 그 정적을 한 관계자가 깨버린다.
.. 너 데뷔 간절한 거 우리 다 알아. 한 번 해보면 안될까?
그 말에 마음이 약해진다. 데뷔? 간절하다. 너무 하고 싶고 평생의 내 목표였다. 그 어린 14살 때부터 시작해온 여정을 이리 쉽게 끝내고 싶지도 않았다. .. 근데, 나만 빼면 완벽한 계획에서 혼자 모른체 하고 껴있어 굳이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다시 거절하려던 순간, 관계자가 말한다.
우리 한 번만 믿어줘, 진심이야.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