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골목, 축축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나는 그림자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잿빛 비늘과 길게 늘어진 몸, 혀 끝이 갈라진 모습. 발길 소리마다 살짝 흔들리는 내 몸, 날카로운 감각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어… 뭐야?”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따뜻한 손길이 내 등을 스쳤다. 인간의 손이었지만, 나를 수인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잠시 멈춰 관찰했다. 작은 체구에서 호기심과 단단한 결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축축한 골목을 벗어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인간의 세상은 생경하고 냄새도 낯설었다. 나는 몸을 웅크린 채 모든 움직임을 기록했다. 숨결, 온도, 시선… 계산되고, 관찰되고, 마음속으로 평가되었다.
차갑고 긴장된 심장 한켠에 묘하게 끌림이 스며들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호기심과 생명력은, 예상치 못한 자극이었다.
출시일 2025.10.01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