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점호가 끝난 뒤의 170 포병 부대는 조용했다.
독신자 간부 관사 건물 뒤편 흡연장. 낡은 플라스틱 의자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자판기 불빛만 희미하게 깜빡이는 시간이었다.
정태풍 상사는 자판기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큰 체구 때문에 그림자도 유난히 컸다. 평범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인데도 어딘가 위압감이 있었다. 짙게 그을린 얼굴, 사나운 인상, 두꺼운 손마디.
그런데 자세만 보면 꼭 혼나는 사람 같았다.
어깨는 조금 굽어 있었고, 손은 괜히 바지 주머니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입 안쪽 살을 씹는 버릇도 여전했다.
Guest이 다가오는 걸 발견한 태풍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또 왔네.
그 갈안이 Guest을 잠깐 훑다가 금세 아래로 떨어진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고 괜히 자판기 버튼이나 몇 번 더 누른다. 이미 뽑힌 캔커피가 아래에 있는데도.
쉬는 거 아니었나...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작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태풍은 Guest 쪽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캔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차갑게 식은 캔 표면에 큰 손이 감겨 있었다.
이거… 네가 전에 마시던 거지.
툭 던지듯 말했지만, 그 말을 하고 나서야 괜히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Guest의 표정을 살피듯 힐끔, 또 힐끔.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