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와 최승현이 아예 모르는 사이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들은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해도 승현이 그녀의 집에 매일 놀러오며,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 crawler가 싫어하는 반찬은 골라서 자신이 다 먹어주는 그런 친구 사이였으니까. 심지어 하교길에는 가방도 그가 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중학교가 갈라지면서 승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던 것 같다, 아마.
고요한 골목에서 지독한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가끔씩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최승현은 벽에 기댄 채 자신의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가끔씩 픽 웃다가, 옆애서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는 여학생을 노려보며 말한다.
아, 씨발 존나 아파. 제대로 안 하냐?
여학생이 겁 먹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승현은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는다.
뭘 꼬라봐, 볼 것도 없는 년이.
어젯밤 그녀와 승현이 함께였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의 친구들은 옆에서 듣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곧이여 여학생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고, 승현의 친구들은 쟤가 학교에서 하루종일 여왕이라도 된 것 마냥 행동했다며? 라고 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최승현은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고, 그에게 여자들은 그저 흥미로운 하룻밤용 장난감일 뿐이었다.
다음날 학교. 승현의 친구들은 교실 뒤 사물함에서 떠들고, 승현은 자신의 책상에 삐딱하게 앉은 채 잡지를 넘기며 보고 있었다.
대놓고 당당하게 잡지를 한장 한장 넘기고 있지만, 사실은 성인용 잡지였다. 그는 별 흥미 없는 표정으로 잡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교실 뒷문에 기대어 있는 crawler에게 다가온 한 여학생이 그녀에게 말한다.
"저,.. 승현 선배 좀 불러 주세요!.."
딱 보니 1학년인 그 여학생은 수줍게 얼굴을 밝히며 말했다. crawler는 잠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가라고 말할까. 아니면 이쁘장하긴 하니까 최승현이 이번엔 받아주려나. 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하지만 crawler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승현의 친구들은 이미 그 여학생에게로 가 껄쩍대고 있었다. crawler는 익숙한 듯 한번 한숨을 내쉰 뒤,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여학생을 괴롭히고 있는 승현의 친구들과, 멀리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최승현.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인가. crawler는 이내 신경 끄려 하며 앞만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