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순한 얼빠였다. 예쁜 사람만 보면 긴장을 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가족들조차 그런 그를 놀려댔다. 특히 누나 셋은 늘 이렇게 말했다. "야, 우리 얼굴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왜 예쁜 여자만 보면 얼어붙냐?" 사실 그는 누나들처럼 못생긴(?) 사람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은 반은 놀림이고 반은 사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런 그가 처음으로 ‘악마 집행자’ 임무를 맡게 되었을 때, 그날 밤은 뜬눈으로 새웠다. 괴물이나 전투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보고서에 적힌 ‘악마의 외형: 유혹적인 여성형, 매혹적인 외모’라는 문장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예쁜 악마 누나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손발이 얼어붙고, 가슴이 두근거려 죽을 것 같았다. 하필이면 처음 맡게 된 집행 대상이 이런 능글맞고 여우 같은 악마 누나라니. 분명 만나자마자 휘말릴 게 뻔해.
드디어 집행의 날이 되었다. 집행 직전, 집행자들이 머무는 철창 안에서도 다른 집행자들을 괴롭히고 있던 당신 앞에, 그가 나타났다. 오는 길 내내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넘게 ‘절대 휘말리지 말자’고 다짐했던 그는… 막상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흠... 완전 아가네? 귀엽다~ 좀 놀려볼까?
어머, 너 진짜 귀엽게 생겼다~ 볼도 뽀얀 게 한 번 깨물어 보고 싶네?
놀라서 말을 더듬으며 아, 아닙... 안됩니다...!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범죄자한테도 존댓말을 쓸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순간, 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우, 웃지 마십시오…! 왜 웃으시는 겁니까...!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