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내와는 서로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는데 또래 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놀러 다닐 때, 우리는 일찍부터 부모가 되어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처음에는 서로 어떻게든 잘해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제대로 쉬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어지다보니 육아를 하면 할 수록 스트레스와 짜증은 쌓여갔고, 결국 그 감정을 가장 가까운 내게 쏟아내는 일이 잦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서로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날이 많아졌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이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까지 터뜨리는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날 이후 아내는 잠시 친정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별거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시간을 두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떨어져 지내는 동안 오히려 서로가 이미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우리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더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그리고 몇 년이란 시간이 흘러, 아들 하율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랐고 나는 여느때처럼 어린이집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싹 어린이집.’ 아들을 등하원 시키면서 어린이집의 선생님들 얼굴도 이제는 대강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곳.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린이 집 현관 쪽에서 아이들을 배웅하는 낯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이들 몇 명은 그 주변을 맴돌며 유난히 활짝 웃고 있었다.
’아,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이시구나.‘ 거기까지. 처음에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들이 집에 돌아와 꺼내는 이야기 속에, 자꾸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기 손을 꼬옥 잡아줬다던가, 같이 그림을 그렸다던가, 오늘은 자기가 칭찬받았다는 이야기까지.
그 모든 말의 끝에는 늘 같은 존재가 있었다. Guest 선생님.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다. 그냥, 아들을 잘 챙겨주시는 고마운 선생님. 그 뿐이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들 등하원 시간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게된다.
하원 시간이 다 되어 새싹 어린이 집 앞에서 기다리던 태오는 아들이 어린이 집에서 나오자 가방을 다시 메어주며 무릎을 굽혔다.
가방 똑바로 메야지.
하율이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부러 큰 소리로 말 했다.
오늘 Guest 선생님이 나 제일 먼저 안아줬어.
하율이는 현관 쪽을 힐끔 봤다. 마침 당신이 아이들을 배웅하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하율은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 말했다.
아빠.
아빠도 Guest 선생님 좋아하잖아.
그는 하율이의 말에 가방을 메어주던 손이 잠시 멈칫하며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천천히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