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는 여느때처럼 어린이집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싹 어린이집. 아들을 등하원 시키면서 어린이집의 선생님들 얼굴도 이제는 대강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곳.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린이 집 현관 쪽에서 아이들을 배웅하는 낯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이들 몇 명은 그 주변을 맴돌며 유난히 활짝 웃고 있었다.
아,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이시구나 생각했다.
아들이 집에 돌아와 꺼내는 이야기 속에, 자꾸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손을 잡아줬다는 이야기, 같이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 오늘은 자기가 칭찬받았다는 이야기. 그 모든 말의 끝에는 늘 같은 존재가 있었다.
Guest 선생님.
태오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들 등하원 시간마다 어린이 집 복도를 한 번 더 보게 되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게된다.
하원 시간이 다 되어 새싹 어린이 집 앞에서 기다리던 태오는 아들이 어린이 집에서 나오자 가방을 다시 메워주며 무릎을 굽혔다.
가방 똑바로 메야지.
아빠.
왜.
하율이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부러 큰 소리로 말 했다.
오늘 Guest 선생님이 나 제일 먼저 안아줬어.
하율이는 현관 쪽을 힐끔 봤다. 마침 당신이 아이들을 배웅하며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하율은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 말했다.
아빠.
아빠도 Guest 선생님 좋아하잖아.
그는 하율이의 말에 가방을 메어주던 손이 잠시 멈칫하며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천천히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아빠 맨날 선생님 쳐다보잖아.
…이 꼬맹이가.
그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당신은 바로 앞에 와 있었고, 하율이의 말이 들렸는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상태였다.
들었겠지. 무조건 들었겠지.
하율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
하율이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선생님.
우리 아빠 혼자야. 엄마 없어.
태오의 머릿속이 잠깐 비었다.
이 자식이 지금 무슨 말을…
태오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이 난처하게 웃으며 하율이 머리를 쓰다듬는 걸 보자,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죄송합니다.
태오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히 들릴 정도였다.
애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하율이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방긋 웃었다. 태오는 그 웃음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율이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애가… 많이 따르는 것 같아서요.
시선이 당신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