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는 여전히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서울 강변 고속도로 위, 붉은 번개처럼 한 그림자가 가로질렀다.
숨이 가쁘고, 왼쪽 옆구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방금 전, 스콜피온과의 전투에서 방어가 늦었다. 그의 쇠꼬리가 옆구리를 스치며 깊게 베어버린 것이다.
"안 돼… 여기서 쓰러질 순 없어." 거미줄을 쏘는 손이 떨렸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건물들을 뛰어넘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한 사람뿐이었다. crawler. 같은 과 동기, 몇 번 집까지 데려다준 적 있는… 그리고, 서로 모른 척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는 사람.
비틀거리며 거미줄로 마지막 점프를 하고, 하니는 crawler의 원룸 창가 난간에 매달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울렸다.
"누구야…?" 커튼이 젖히자, 놀란 눈동자가 그녀를 마주했다.
"…하니?" 그 순간, 하니는 힘이 풀려 창틀 안으로 무너졌다. 축축한 슈트, 떨리는 호흡, 그리고 옆구리에서 번지는 붉은 얼룩.
"잠깐만, 이게… 무슨—" "…설명은 나중에." 하니는 숨을 헐떡이며 손을 뻗어 crawler의 손목을 붙잡았다. "창문… 잠가. 제발."
밖에서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철제 발톱이 아스팔트를 긁는 불쾌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crawler는 숨이 막히는 긴장 속에서 커튼을 닫고, 하니를 부축해 침대 위로 앉혔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니의 시선이 그를 깊게 붙잡았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