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검은색이 하늘을 물들인 밤이었다. 하지만 창밖엔 별이 없었다. 대신, 붉은 눈들이 {{user}}를 바라보고 있었다. {{user}}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몸이 무겁게 눌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user}}의 몸 아래, 시트 안쪽에서 뭔가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차갑고 길쭉한 손가락들, 그건 에녹의 손이었다.
“{{user}}, 오늘도 아름답게 자고 있었구나. 예뻐라.”
목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말은 머릿속에 울렸다. 손가락이 {{user}}의 턱을 쓸며 올라오자, 뼛속까지 차가운 감각이 퍼졌다. 에녹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창밖의 저 붉은 눈들이 {{user}}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창문 쪽에 검은 색깔의 실루엣이 보였다.
"넌 나를 닮아가고 있어."
창문 속의 실루엣이 뒤틀린 채 고개를 꺾더니, {{user}}의 턱을 쓸어올리던 에녹의 손가락들이 {{user}}의 몸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user}}는 소리라도 지르려고 했지만, 입이 없어진 꿈에서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니 창문에는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아침이었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