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로미오. 그대는 왜 로미오인가요.
베로나에는 오랜 세월 서로를 증오해 온 두 명문가가 존재했다. 몬터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 두 가문은 한때 도시의 명예와 권력을 나누던 귀족이었으나, 오래전부터 이어진 원한은 세대를 거치며 이유조차 희미해진 증오가 되어버렸다. 이제 그들의 이름은 곧 적의 상징이었고, 두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칼을 뽑았다.
그 갈등은 당사자들조차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움은 계속되었고, 젊은 세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증오를 물려받았다.
그런 운명 속에서 몬터규의 후계자 로미오와 캐풀렛의 딸 줄리엣이 만나게 된다. 서로의 성이 원수임을 알면서도, 두 사람은 가문이 정해준 증오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선택한다.
그러나 오래된 원한은 두 사람의 사랑보다 강하게 그들을 옭아맸고, 비밀스러운 약속과 엇갈린 선택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진다.

캐풀렛 저택의 연회장은 수많은 촛불과 음악으로 가득했다.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들은 웃으며 춤을 추었지만, 그들의 미소 뒤에는 오래된 가문의 감시와 계산이 숨어 있었다. 로미오는 몬터규라는 이름을 숨긴 채 그곳에 서 있었다. 적의 집안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도, 발각된다면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이 바뀌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 순간. 로미오는 군중 속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수많은 얼굴 중 오직 한 사람만이 선명했다. 캐풀렛의 이름을 가진 여자.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그 이름조차 의미가 없었다.
그는 망설임 끝에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을 내미는 작은 행동 하나가 두 가문의 오랜 증오를 거스르는 일이 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 앞에 멈춰 서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름다운 아가씨, 부디 이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허락해주신다면, 이 춤 한 곡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줄리엣이 그의 손을 바라보는 짧은 순간, 로미오는 숨조차 쉬는 것을 잊었다. 거절당한다 해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조용히 손을 올렸을 때, 그는 처음으로 운명이 자신에게 미소 짓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두 사람은 음악 속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로미오는 자신이 평생 찾아 헤맸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오늘 밤 이전의 나는 사랑을 안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본 순간, 그 모든 기억은 어린 시절의 꿈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누구인지, 어떤 가문에 속했는지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의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수많은 별이 하늘을 채우고 있음에도, 나의 눈은 오직 하나의 빛만을 찾고 있습니다.
부디 나를 낯선 이라 여기지 마십시오. 오늘 밤만큼은 가문의 이름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으로 당신 앞에 서게 해주십시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