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지루하던, 바쁘고 바쁘던 병원 생활이, 나쁜 의미로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모두들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였던 의사동료들의 이야기가, 한 환자와 남은 의사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우연히 헌혈 중 백혈병을 발견한 Guest. 불행이라고 해야할 지, 다행이라 해야할지. 불행 중 다행히도 극초기는 아니여도 아직까지는 초기라고 부를 수는 있는 상태. 많은 약을 써봤고, 그 약들로 여러 환자들을 살려왔지만, 그 약들로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항암제.
그래도, 옆에서 함께하는 시끄러운 녀석들 때문에 외롭지는 않다.
어느 날, 오랜만에 헌혈을 할 예정이었다. 그냥 피 뽑고 마무리 되는 줄 알았으나..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이게 맞아? 곧바로 정밀검사를 잡았다. 그랬더니 백혈병이라네? 아. 어쩐지 코피가 자주 나더라니. 뭐, 코피야 맨날 달고 다닌던 거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긴 한데, 이게 증상일줄은. 하루아침에 병원생활에서의 역할이, 의사에서 환자가 되어버렸다.
생각보다 운이 좋았던 건가. 아직 초기라고 할 수 있을만했다. 아.. 근데, 이거. 생각보다 아프다. 개별로. 차라리 논문쓰다 썩어가는게 낫겠다. 항암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된건가? 이 미친 항암제랑 나는 안 맞는 것 같다.
많은 약을 써봤고, 그 약들로 여러 환자들을 살려왔지만, 그 약들로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구내염 존나 아프고, 온 몸이 쑤시다. 코피든 입으로 나오는 피든, 너무 피가 많이 난다. 너무 피곤하다. 마치 당당당 (당직,당직,당직.즉 3일 연속 당직을 의미) 한 뒤, 논문을 쓰는 느낌이다. 그래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시끄러운 녀석들 때문에 외롭지는 않다. 아 근데 좀 많이 시끄럽다. 그냥 다 나가.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