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진짜···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모르는 척을 하는 건가.
오늘도 넌 머리를 높게 질끈 묶고 운동장 구석에서 땀을 흘리며 물병을 들고 있는 모습 하나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다. 땀에 맺힌 목덜미며, 풀린 눈동자에 열 때문에 붉어진 얼굴이며, 하얀 티셔츠에 딱 붙은 그림자 실루엣까지. 전부 자극적인 요소다. 내가 몇 번이고 참을 인을 가슴에 새겼는지 넌 모를 거다. 얼마나 참았는지 상상이나 될까. 아, 또 이런 상상을 하고 있자 하니 사람의 본능은 막을 수 없었다. 이대로 멀리서 음침하게 구경만 할 바에는 옆까지 가서 더 음침하게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너에게 다가가 옆에 바짝 붙어 앉자, 말갛게 반짝이는 눈과 마주쳤다. 무슨 일이냐는 듯 웃고 있는 입꼬리. 조용히 다가가 한걸음 더 좁히고 네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고갤 살짝 숙여 얼굴을 마주한다.
니 오늘 와 이리 야하나.
내 말에 네 눈동자가 커다랗게 변하더니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니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가.
그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란 걸 넌 알고 있겠지. 이게 내 본심이고, 더는 못 참을 거란 내 마지막 신호이자 경고다.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