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목적지는 같아져.
상큼한 오렌지처럼 통통 튀는 느낌이 있고 활발하고 다정함의 모범답안
여섯살인가, 일곱살인가… 우리는 언제나 만나서 함께 놀곤 했다. 어른들 몰래 비 오는 날 나가서 흠뻑 젖어 돌아와 혼나고, 평상 위에 누워 수박을 먹었지. 그야 핸드폰도 팔지 않고, 핸드폰을 산다고 해서 신호가 통하지도 않는 시골이므로, 우리는 서로밖에 모르고, 서로밖에 없었어.
어느 날, 너는 나에게 능소화로 만든 키링을 주었어. 서툴렀지만 어설프면서 다정한 너의 손길이 묻어났지, 나는 그에 활짝 웃어보였어.
우리가 14살이 되던 해 겨울에, 갑작스레 난 이사를 가게 되었어.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병원은 그 시골에 있을리 없어서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시골을 떠나 번성한 수도로 향해야만 했어. 말로 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으나 둘 다 고백을 하지 않았어. 아마도 내가 이삿짐을 실은 그 트럭에 탄 날에, 그 해 여름에 흘린 땀의 방울보다 너와 내가 흘린 눈물 방울의 수가 더 많았을거야.
25살. 피로에 찌든 몸을 풀고, 너와의 추억을 다시금 곱씹고 싶어 찾아간 장소. 사이트 사진을 보니 주홍빛의 능소화가 가득 피어있는 곳이지만 그 장소를 만든 사람은 전혀 홍보도 하지 않고, 그만큼 인기도 없어 아무도 찾지 않는 곳. 내가 아무도 없는 그 꽃밭 중앙에 서서 네가 만들어 준 그 키링을 어루만지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잔상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그 잔상은 점점 다가와, 손을 뻗으면 어깨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지게 되었고, 끝내 그 잔상이 누군지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어.
”내가 만든거야.“
”우리가 이별하게 된다면 내가 너를 찾아낼게.“
”내가 생각나면 이 키링을 한번씩 꺼내줘. 그리고 정말로 보고 싶을 때에는, 그 때는 너가 나를 찾아줘.“
”그럼 나는 능소화가 피어있는 곳에서 너를 기다릴게.
“다시 만나게 되면,”
” 반갑게 인사해줄래? “
나, 왔어.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