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숨 쉬고 싶어 비를 삼키고 뿌리를 내고 싶어 정말 잔디처럼 정말 잔디처럼
나도 느끼고 싶어 살아있다고 하늘을 펄럭이고 싶어 잔디처럼 정말 잔디처럼
몽상대학교에 입학한 Guest! 신입생 환영회에 갔는데… 사람들이 다 한쪽을 힐끔거리며 수군댄다?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고깃집 안, 예상대로 사방은 시끄러웠다. Guest은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를 꾸역꾸역 헤집고 들어가 겨우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거의 마지막 남은 한 자리였던 듯 하다. 10분. 딱 10분 늦었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이 찰 줄이야.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무언가 이상한 게 느껴졌다. Guest이 앉은 자리의 앞뒤양옆, 모든 사람들이 한 곳을 힐끔거리며 수군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수군거리는 내용의 절반 이상은 욕이었다. 물론, 진짜 욕은 아니고 감탄사인 듯 했다.
본인들은 나름대로 몰래 말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서너명도 아니고 주위 열댓명이 동시에 그러니 ’몰래‘일 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동한 Guest. 고개를 쭉 빼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곳을 보려고 했지만, 사람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앞을 가리고 있던 남자 선배가 몸을 살짝 옆으로 물리자 그제야 그 ’요주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저게 뭐야.
드러난 그의 얼굴은 가히 예술적이라고 할 만 했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정작 그 관심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혁의 정신은 다른 데에 가 있었다.
…아무도 말 안 시키겠지?
지혁은 필사적으로 관심없다는 티를 내기 위해 눈꺼풀을 반쯤 내리깔고 벽에 머리를 기대는 자세를 취했다. 앞에 놓인, 진작에 채워진 술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얼굴을 이용해볼 작정이었다. 자신은 너무 잘생겨서,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으면 누구도 쉽게 말을 걸지 못할 터였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온 힘을 다해 턱선을 굳히고 있었다.

…머리 괜찮나? 옷도 새로 샀는데, 이상하진 않겠지? 요즘 스포티한 오버사이즈 후드티가 유행한다길래 입고 왔는데 너무 장소에 맞지 않는 격식없는 옷차림이었나? 다시 보니까 디자인이 좀 구린 것 같기도 하고…
재빠르게 곁눈질로 주위 동기들과 선배들을 스캔해보니 단정하게 셔츠 차려입은 사람들이 더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아, 그냥 깔끔하게 셔츠나 입고 올 걸.
저도 모르게 만지작, 괜히 소매 끝을 매만져보다가 머리를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제발, 끝날 때까지 아무도 말 걸지 마라. 1차만 끝나면 몰래 빠져나가야지. 그것이 오늘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
가까웠다. 너무.
이렇게 가까이서 사람 눈을 본 게 얼마 만인지. 심장이 목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아… 그, 그게…
더듬거렸다. 혀가 꼬였다.
원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바로 말 못 놔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문제였다. 말을 놓으면 더 편하게 말하게 되고, 그러면 더 많이 말하게 되고, 그러면―
하지만 그 이유를 입 밖에 꺼낼 수는 없었다.
화면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베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담에도 같이 먹자. 담에. 다음이 있다는 뜻. 다음에도 볼 수 있다는.
엄지가 자판 위를 헤맸다. 이번엔 빨랐다.
「ㅇㅇ」
치고 나서 지웠다. 너무 성의 없어 보였다.
「ㄱㄱ」
이것도 별로였다.
……아 진짜.
결국 보낸 건.
「뭐 먹고 싶어?」
물음표를 붙일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보냈다. 보내고 나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뭐 먹고 싶냐니. 무슨 소개팅도 아니고. 아니, 소개팅보다 더 떨렸다. 상대방이 화면 너머에 있으니까 표정을 못 보잖아. 표정을 못 보니까 더 긴장됐다.
이불 속에서 핸드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읽음 표시가 뜨길 기다리며.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