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곽에 위치한 PSG 유소년 아카데미.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이는 이곳은 단순한 축구학교가 아니었다. 매년 수천 명이 입단을 꿈꾸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1군 유니폼을 입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한 명의 이름은 항상 가장 위에 적혀 있었다.
Guest.
입단 첫해부터 모든 연령별 팀을 휩쓴 그는 경기마다 골을 넣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동'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저 아이는 언젠가 PSG를 대표할 스트라이커가 될 거야."
"아니, 프랑스를 넘어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될 재능이다."
코치들의 평가는 해마다 높아졌고, 유럽 빅클럽 스카우트들까지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PSG는 그들의 접근을 모두 거절했다.
Guest은 팔기 위해 키우는 선수가 아니었다.
구단이 직접 미래를 맡기고 싶은 선수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열아홉 살이 된 Guest은 마침내 PSG 1군 콜업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순간이었다.
처음 1군 훈련장에 들어선 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풀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메달을 가진 선수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소년 시절 화면으로만 보던 선수들이 이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동료가 된 것이다.
Guest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훈련이 끝나도 가장 늦게 경기장을 떠났고, 누구보다 많은 슈팅을 반복했다.
코칭스태프도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실력은 충분하다."
"지금 당장 뛰어도 통할 거다."
하지만 축구는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당시 PSG는 이미 세계 축구의 정점에 올라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를 두 시즌 연속 제패하며 모든 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클럽이 되었고, 리그 우승은 당연한 목표처럼 여겨졌다.
선수단은 빈틈이 없었다.
벤치에 앉은 선수조차 다른 팀이라면 주전으로 뛸 수준이었다.
감독은 회의실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Guest은 준비됐다."
한 코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기용하시죠."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누굴 뺄 건데?"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완성된 팀이었다.
당장 주전 공격수를 빼기에는 위험했고, 로테이션만으로는 Guest의 성장을 책임질 수 없었다.
결국 구단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대로 벤치에만 앉혀 둘 수는 없다.'
며칠 뒤.
PSG 보드진 회의.
여러 임원들이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이적료도 상당합니다."
"매각도 좋은 선택 아닙니까?"
"어차피 지금 팀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회의는 점점 매각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조용히 들어온 사람은 PSG 최대 투자자 가문의 외동딸.
한서윤.
어린 시절부터 PSG를 가장 사랑했고, 누구보다 유소년 시스템에 관심이 많던 그녀였다.
한서윤은 테이블 위에 놓인 Guest의 자료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짧게 입을 열었다.
"매각은 안 됩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순간 멈췄다.
한 임원이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뛸 자리가…."
"없죠."
한서윤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팔자는 건가요?"
"..."
"PSG가 몇 년을 투자해서 키운 최고의 유스를."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한서윤은 Guest의 경기 영상을 화면에 띄웠다.
드리블.
침투.
골 결정력.
압박.
움직임.
영상이 끝난 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이 선수는 지금 당장 팀에 필요한 선수가 아니라."
"앞으로 PSG를 책임질 선수입니다."
"성장할 시간을 주세요."
"매각 말고."
"임대를 보내세요."
회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잠시 후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2년."
"성장을 위한 임대."
그 결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여러 구단이 관심을 보였지만, PSG가 선택한 곳은 하나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
무너진 명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새로운 공격수를 찾고 있던 팀.
그리고 무엇보다.
Guest이 꾸준히 출전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계약서에 마지막 서명이 끝난 날.
훈련장을 떠나는 Guest을 한서윤이 조용히 불러 세웠다.
"잊지 마."
Guest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버려진 게 아니야."
"더 강해져서 돌아오는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PSG의 9번은."
"아직 비워둘게."
그 말은 약속이었다.
그리고 Guest은 자신의 모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잉글랜드로 향했다.
영국 맨체스터 공항.
긴 비행 끝에 입국장을 나온 Guest은 회색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리와는 다른 차가운 공기.
익숙했던 PSG 엠블럼 대신 이제는 가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문장이 새겨질 시간이었다.
구단 관계자가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환영합니다, Guest."
"이제부터 당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입니다."
곧바로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 절차가 진행됐다.
모든 과정이 끝난 뒤 유니폼 담당 직원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등번호가 정해졌습니다."
직원은 붉은 유니폼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등 뒤에는 굵은 흰색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11
Guest은 잠시 그 숫자를 바라보았다.
7번도 아니었다.
9번도 아니었다.
10번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유니폼을 받아 들었다.
임대 선수인 자신에게 에이스 번호를 기대한 적은 없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번호가 아니라 경기였다.
며칠 뒤 열린 공식 입단 기자회견.
수십 대의 카메라가 Guest을 향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온 소감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게 되어 영광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선택한 이유는?"
"많이 뛰고 싶었습니다."
짧지만 흔들림 없는 대답이었다.
기자 한 명이 다시 질문했다.
"PSG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순간 회견장이 조용해졌다.
Guest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PSG는 세계 최고의 팀입니다."
"저는 아직 더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왔습니다."
그 대답은 다음 날 영국 스포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PSG 최고 유망주, 겸손한 각오』
하지만 기대만큼 의심도 컸다.
"프랑스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EPL에서도 통할까?"
"몸싸움이 훨씬 거칠 텐데."
"유망주는 많았지만 실패한 선수도 많았다."
SNS와 방송에서는 연일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Guest은 그런 반응을 보지 않았다.
훈련만 바라봤다.
첫 팀 훈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생각보다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가장 먼저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환영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카세미루는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마이누와 아마드 역시 먼저 말을 걸어왔다.
훈련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패스 속도는 PSG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몸싸움은 오히려 더 거칠었다.
훈련 경기에서 Guest은 수비수와 강하게 부딪히며 넘어졌지만 곧바로 일어났다.
다음 공격.
브루노의 스루패스가 공간으로 향했다.
Guest은 누구보다 먼저 치고 나갔다.
수비수를 한 번의 터치로 제친 뒤 왼발 슈팅.
공은 골망 구석을 흔들었다.
훈련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브루노가 웃으며 말했다.
"좋네."
"패스 주는 맛이 있는 스트라이커다."
훈련을 지켜보던 코칭스태프도 메모를 남겼다.
'침투 능력 최상.'
'결정력 우수.'
'적응 속도 빠름.'
며칠 뒤 프리시즌 첫 경기.
Guest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처음 밟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
등번호 11번이 경기장 조명 아래 선명하게 빛났다.
투입된 지 8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만 바꿨다.
골.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터졌다.
그리고 후반 종료 직전.
이번에는 직접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넣었다.
경기는 3대1 승리.
경기 종료 후 현지 해설위원은 말했다.
"이 선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공격수입니다."
프리시즌은 계속됐다.
Guest은 꾸준히 골을 넣었다.
출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경기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감독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다."
"개막전 선발이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올드 트래퍼드.
8만 명이 넘는 관중이 붉은 물결을 만들었다.
전광판에 선발 명단이 하나씩 공개됐다.
11번.
Guest.
홈팬들의 박수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 순간 아무도 몰랐다.
이 젊은 임대 스트라이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즌을 바꿔 놓을 존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올드 트래퍼드의 함성은 경기 시작 전부터 하늘을 뒤흔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번호 11번.
Guest은 터널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유소년 시절부터 수없이 상상했던 무대.
이제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증명할 시간이었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상대 수비수들은 시작부터 거칠게 몸을 부딪혀 왔다.
프랑스 리그와는 전혀 다른 강도였다.
하지만 Guest은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18분.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중앙에서 고개를 들었다.
순간 Guest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며 침투했다.
완벽한 스루패스.
골키퍼와 일대일.
오른발 인사이드.
공은 골문 오른쪽 아래를 정확히 갈랐다.
데뷔전 데뷔골.
올드 트래퍼드가 폭발했다.
"Guest!"
"Guest!"
팬들은 아직 이름도 완벽히 외우지 못한 한국인 스트라이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경기는 2대0 승리.
경기 종료 후 인터뷰.
"프리미어리그 첫 골입니다."
기자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Guest은 짧게 웃었다.
"시작일 뿐입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이후부터 골은 멈추지 않았다.
침투.
헤더.
중거리 슈팅.
역습.
박스 안 움직임.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리그가 진행될수록 상대 팀들은 Guest을 집중적으로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동료를 살렸다.
수비를 끌어낸 뒤 패스를 내줬고,
공간을 만들어 브루노와 윙어들의 득점을 도왔다.
어느새 팬들은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Eleven! Eleven!"
"He's everywhere!"
등번호 11번은 점점 올드 트래퍼드의 상징 중 하나가 되어 갔다.
12라운드.
맨체스터 더비.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시티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전광판에는 2대1.
맨유의 승리가 적혀 있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Guest.
후반 84분.
브루노의 크로스를 몸을 던져 헤더로 연결했고,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날 이후 언론은 말했다.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해결사다."
겨울이 지나고,
시즌은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
하지만 Guest은 단 한 번도 훈련량을 줄이지 않았다.
새벽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했고,
모든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혼자 슈팅 연습을 반복했다.
체력 코치는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쉬지를 않는군."
브루노는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은 골을 넣지 못한 날이 더 괴로운 선수야."
그 노력은 숫자로 증명됐다.
리그 25경기.
15골.
8도움.
맨유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즌 마지막 두 달.
치열한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37라운드.
원정 경기.
맨유는 종료 직전까지 1대1로 비기고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94분.
브루노의 코너킥.
혼전 상황.
공이 흘러나왔다.
Guest은 망설이지 않았다.
강력한 오른발 발리슛.
골.
극장골이었다.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Guest을 끌어안았다.
그 승리로 맨유는 리그 3위를 확정했다.
마지막 38라운드가 끝난 날.
기록이 발표됐다.
프리미어리그 38경기.
20골.
10도움.
임대 첫 시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록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감독은 Guest을 따로 불렀다.
"잘했다."
"너는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이었다."
Guest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독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시즌엔 더 높은 곳을 바라보자."
Guest 역시 그렇게 믿었다.
맨유에서도,
PSG에서도.
모두가 더 큰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축구계를 뒤흔드는 속보 하나가 발표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덴마크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윌리엄 완전 영입. 등번호 7번 확정.』
수많은 팬들은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환영했다.
동시에 또 하나의 뉴스가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네덜란드 출신 아이작 반 더 베르흐 감독 선임.』
새로운 감독.
새로운 7번.
그리고 새로운 시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이 설정은 축구물에서 갈등 구조가 명확해서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즌 종료와 함께 선수들은 짧은 휴식에 들어갔다.
Guest 역시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하지만 휴가 중에도 축구를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아침에는 웨이트.
오후에는 개인 훈련.
저녁에는 지난 시즌 자신의 경기 영상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20골 10도움.
분명 만족할 만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Guest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다음 시즌은 더 잘할 수 있다."
그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믿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했다.
7월.
프리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로 복귀한 Guest은 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금발 머리.
190cm에 가까운 큰 체격.
그리고 수많은 취재진.
"저 사람이..."
주변 선수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7번."
Guest은 시선을 돌렸다.
붉은 유니폼 뒤에는 선명한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7
그리고 그 아래.
WILLIAM
덴마크 국가대표 공격수.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며 그를 완전 영입했다.
윌리엄은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이 클럽을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겠습니다."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팬들의 환호도 이어졌다.
새로운 에이스.
새로운 희망.
모든 시선이 윌리엄에게 향하고 있었다.
며칠 뒤.
구단은 새로운 감독을 공식 발표했다.
아이작 반 더 베르흐.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감독.
전술 완성도와 강한 원칙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첫 미팅.
아이작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지난 시즌 기록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지금의 실력으로 경쟁한다."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Guest 역시 그 말을 믿었다.
공정한 경쟁.
그것이면 충분했다.
프리시즌 첫 경기.
Guest은 선발이었다.
전반 31분.
브루노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선제골.
후반에는 날카로운 침투로 도움까지 기록했다.
경기는 3대0 승리.
좋은 출발이었다.
두 번째 경기.
후반 교체 투입.
25분 동안 멀티골.
세 번째 경기.
한 골.
한 도움.
훈련에서도 컨디션은 최고였다.
공격수들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료들 역시 말했다.
"이번 시즌도 11번이 주전이지."
"작년 활약이면 당연하잖아."
Guest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전술 훈련.
항상 주전 조에는 윌리엄이 있었다.
Guest은 늘 반대편 조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계속 같은 구성이 반복됐다.
어느 날 훈련이 끝난 뒤.
Guest은 아이작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
아이작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보완하겠습니다."
아이작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부족해서가 아니다."
Guest은 이해하지 못했다.
"네?"
"네 실력은 알고 있다."
"지난 시즌도 훌륭했다."
잠시 말을 멈춘 아이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넌."
"...임대 선수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구단은 윌리엄에게 거액을 투자했다."
"그는 이 팀의 미래다."
"나는 시즌 내내 그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작은 차가운 표정 그대로 말을 이었다.
"네가 못해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선택해야 하는 선수가 따로 있을 뿐이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Guest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훈련 영상을 다시 봤다.
골 장면도.
도움 장면도.
하지만 어느 장면을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실력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임대 선수.
그 한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며칠 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상대는 본머스.
올드 트래퍼드.
선발 명단이 공개됐다.
팬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것은 공격수 자리였다.
7번. 윌리엄.
그리고.
11번 Guest.
이름은 벤치 명단에 있었다.
관중석에서도 웅성거림이 퍼졌다.
"작년 20골인데?"
"왜 벤치지?"
"부상인가?"
하지만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Guest은 조용히 벤치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봤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경기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윌리엄은 고립됐고,
공격은 번번이 끊겼다.
전반 39분.
본머스 선제골.
후반 73분.
역습 한 번으로 추가골.
전광판에는 냉정한 숫자가 떠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2 본머스
경기 종료.
올드 트래퍼드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Guest은 단 한 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라커룸.
선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만이 공간을 채웠다.
잠시 뒤 아이작 감독이 들어왔다.
그는 선수들을 한 번 둘러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경기는 끝났다."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작은 전술 보드를 접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다음 경기."
"...윌리엄이 선발이다."
Guest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11번 유니폼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두 번째 시즌은 다시 벤치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파리 생제르맹 유소년 아카데미는 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수많은 유망주가 그 문을 통과했지만, 끝내 1군 무대까지 살아남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속에서 Guest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모든 연령별 팀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PSG 최고의 유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침내 1군 콜업이 확정됐을 때, 모두가 그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당시 PSG는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를 두 시즌 연속 제패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모든 포지션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고, 최전방 역시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Guest의 실력은 의심받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주전으로 기용하기에는 팀이 너무 완성되어 있었다.
구단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정도 재능을 다른 구단으로 완전히 보내기에는 아까웠다. 특히 PSG 최대 투자자 가문의 외동딸인 한서윤은 누구보다 Guest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그녀는 구단에 단 한 가지 의견만을 전했다.
그 한마디는 구단의 결정을 바꾸었다. Guest은 매각이 아닌, 성장을 위한 2년 임대를 떠나게 되었다. 행선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첫 시즌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Guest은 리그 38경기에 출전해 2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때 중위권을 맴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의 활약 속에 리그 3위를 차지했고,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손에 넣었다. 팬들은 그가 다음 시즌에도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덴마크 출신 스트라이커 윌리엄을 완전 영입했고, 동시에 새로운 감독 아이작 반 더 베르흐를 선임했다. 아이작은 부임 직후부터 팀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 미래 속에는 임대 선수인 Guest보다 구단 자산인 윌리엄이 먼저였다.
개막전 당일. Guest의 이름은 선발 명단이 아닌 벤치 명단에 적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은 번번이 끊겼다. 윌리엄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팀은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 허용하며 점점 무너졌다.
결국 전광판에는 차가운 숫자가 떠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2 본머스
끝내 Guest에게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