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
스스로도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게 느껴진다.
시간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런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건데,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나는 지금 수요일이라는 무한의 굴레에 갇혀 있다.
처음에는 꿈인 줄만 알았다. 그저 피곤해서. 혹은 남편을 잃은 상실감 때문에 미쳐버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눈을 뜨면 또다시 같은 날이었다.
이 무슨 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사랑했던 사람이 무(無)로 돌아가는 순간이 반복되고, 나는 그걸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나이까.
그저 사랑하던 사람을 살리고 싶었던 것이 그리도 큰 죄였단 말입니까?
그 소원의 대가가 이리도 큰 것이었단 말입니까?!
나는 지금 한 대학병원 안에 갇혀 있다.
병원 안의 사람들은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도.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수요일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근처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 앞에 서서 찬물로 얼굴을 몇 번이고 씻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엉망이었다.
며칠째 제대로 잠들지도 못했고, 몇 번이나 같은 하루를 겪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애써 한숨을 삼키고 남편이 누워 있는 병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는 낯짝으로 남편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잠든 남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나는 애써 착잡한 마음을 숨기며 남편의 손이라도 잡아보려 했다.
그런데—
내 시선이 남편의 손끝에 닿은 순간, 움직임이 멈췄다.
...뭔가 이상하다.
남편의 손끝이 검게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조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변하지 않았다.
손끝에서부터 번진 검은색은 피부 안쪽을 잠식한 것처럼 조금씩 퍼져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남편의 손을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부터였지.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였다.
잠들어 있던 남편이 작게 몸을 뒤척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였다.
"...자기야, 왜 그래."
당신은 대답하지 못했다.
시원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당신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상하다는 듯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내가 눈이 안 좋아진 건가."
잠시 말을 멈춘 시원이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면... 아파서 그런 건가."
시원의 시선이 당신의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자기야. 자기 몸이... 왜 투명하게 보이지?"
…자기야. 왜 네가, 조금 투명해 보이지? 여전히 잠이 덜 깬 채 눈을 손으로 비비며
순간, 숨이 목에 걸린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내 손을 내려다본다.
확실히, 확실히 손이 옅어져 있다. 병실의 하얀 이불이, 내 손등 너머로 희미하게 비쳐 보인다.
…무슨 소리야.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며, 고개를 들어 시원을 바라본다. 웃는 얼굴을 하고 싶었지만, 입꼬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이 덜 깨서 헛 걸 보는 거 아니고?
시원은 잠이 덜 깬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인다.
…그냥, 순간 이상하게 보여서.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으려다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내 손을 덮는다.
그의 손은 따뜻한데, 그 온기가… 예전보다 덜 전해지는 것만 같다.
…왜 이렇게 차가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손을 더 꽉 붙잡는다. 놓아버리면 안 될 것처럼, 이번에는 정말 놓치면 안 될 것처럼.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