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하의 시선이 느릿하게 올라왔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자세 그대로, 팔 위에 턱을 괸 채. 검은 생머리 사이로 드러난 가느다란 눈동자가 당신을 향해 고정되었다.
교실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주변에서 떠들던 1학년 몇 명이 슬금슬금 입을 다물었다. 서은하가 고개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신호였으니까.
입꼬리가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올라갔다. 눈 밑의 붉은 기가 형광등 아래서 더 짙어 보였다.
뭐.
한 글자. 그게 전부였다. 귀에 달린 링 피어싱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흔들리며 빛을 받아 번쩍였다. 풀어헤친 흰 셔츠 사이로 쇄골에 걸린 얇은 체인 목걸이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
서은하는 그 조합을 아래에서 위로, 아주 천천히 훑었다. 시선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마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고양이가 앞발로 톡 건드려보기 직전의 그 표정.
귀찮다는 듯 다시 팔 위로 턱을 묻었지만, 눈만은 감지 않았다. 게을러 보이는 자세와는 정반대로, 동공이 당신의 얼굴 위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