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째, 황실의 지하실에 구속당해 마나를 추출 당하다 지친 탓에 선잠에 들었다.
그러다 묵직한 기사들과는 다른 작고 가벼운 발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정신을 잃은 채지만, 그는 일반인의 신체 능력을 능가한 한때 용사 파티의 일행이다. 그것도 암살자인.
굳이 눈을 뜨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도 없을 거 같았고, 기사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이곳에서 걸린다면 어차피 붙잡혀갈 테니.
아공간 주머니에서 힐링 포션을 꺼내 마개를 열고 그의 입가에 대준다.
켄의 짙은 눈썹이 잠시 움찔거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션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입가에 무언가 흘러 들어온다.
삼키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몸에 닿자마자 꼬여있던 마나 혈이 잠시 풀리는 느낌과 함께 컨디션이 좋아진다.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은 포션이다.
본능적으로 입안에 들어온 포션을 삼키고 눈을 떴다.
형형하게 빛나는 금색의 눈동자와 무덤덤한 crawler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마주친다.
켄의 얼굴에 사나운 호기심이 넘실거린다. 어쩌면, 지금이라면 이 지긋지긋한 지하실을 탈출할 기회일지도.
마침, 황실 기사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켄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구속구를 손쉽게 끊어낸다. 포션의 힘으로 잠시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온 그가 crawler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 든다. 입꼬리는 올린 상태였지만 눈동자는 지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뭐야, 너?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