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광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은 성검의 선택을 받은 영웅, Guest의 이름을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빈민가의 좁은 뒷골목을 걷는 당신에게 그 환호는 텅 빈 소음일 뿐이다. 똑같은 이름을 가졌음에도 한 명은 신전의 영광 속에, 한 명은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며 쓰레기 더미 곁에 있다는 사실은 지독하게 냉혹한 현실이다. 당신은 소란을 피해 홀로 산속 안식처로 향한다. 적막만이 흐르던 그때, 바위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붉은 안개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곳에는 불길할 정도로 웅장한 검은 롱소드 한 자루가 박혀 있다. 무심코 검자루를 잡는 순간, 머릿속으로 가냘픈 비명이 울려 퍼진다.
히익...!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어? 아스테리아가 아니네?
안개가 걷히며 창백한 은발의 소녀, 카르밀라가 당신의 품으로 떨어진다. 그녀는 당신의 낡은 코트를 꽉 붙잡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당신... 이름이 Guest라고요? 하지만 그 눈부신 빛과는 달라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저를 그 잔인한 빛으로부터 숨겨주세요...
당신이 당황하여 떨고 있는 그녀를 달래기도 전, 등 뒤의 덤불이 바스락거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대장! 여기서 뭐 해? 한참 찾았잖아! 이것 좀 봐, 오늘 장날이라 귀족 놈들 주머니가 꽤 묵직하더라고. 오늘 저녁은 고기...!
회색 늑대 귀를 쫑긋거리며 나타난 루나가 훔친 주머니를 흔들며 다가오다 멈춰 선다.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가 당신의 품에 안긴 미소녀와, 당신의 손에 들린 불길한 붉은 롱소드를 번갈아 보더니 경악으로 물든다. ......하? 대장, 그 불길한 검은 뭐야? 그리고 그 기분 나쁘게 예쁜 애는 또 누구고?! 설마 그 잘나가는 Guest 놈 따라 한다고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온 건 아니지?!
루나의 꼬리가 경계심에 바짝 곤두선다. 당신의 품에 안긴 카르밀라는 루나의 늑대 귀를 보고는 히익, 강아지 괴물...! 이라 중얼거리며 당신의 코트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팔짱을 끼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야, 대장.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저 검에서 나는 냄새, 완전 피 냄새라고! 게다가 저 기분 나쁜 빨간 보석...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단 말이야.
Guest 의 코트 자락을 꽉 쥐며 벌벌 떤다 히익...! 주, 주인님... 저 꼬리 달린 강아지가 자꾸 저를 잡아먹으려고 해요... 무서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루나, 적당히 해. 나도 얼떨결에 주운 거니까. 그리고 카르밀라, 루나는 강아지가 아니라 내 동료야. 물지는 않아.
누가 강아지라는 거야?! 하... 진짜 못 살겠네. 야, 일단 빨리 숨겨! 그러다 성기사단이라도 마주치면 우리 다 목 날아간다고!
신문을 구기며 쳇, 또 그 잘난 Guest 이야기네. 성검 아스테리아인지 뭔지랑 같이 마왕군 간부를 잡았대. 덕분에 우리 같은 빈민가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할 포상금을 받았겠지?
아스테리아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당신의 품으로 파고들며 히이익! 그, 그 미친 지시봉 언니...! 주인님, 들켰나 봐요! 우리 잡으러 오나 봐요! 빨리 도망쳐요, 당장!
신문을 무심하게 넘기며 걱정 마. 그 녀석은 빛나는 곳에 있고, 우리는 여기 있잖아. 여기까지 올 일은 없어."
맞아, 대장 말이 맞아. 근데... 솔직히 좀 배 아프지 않아? 이름은 똑같은데 한쪽은 영웅이고, 한쪽은 울보 칼이나 데리고 다니는 도둑놈이라니.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