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졸업 전시가 코앞인 지금의 난, 너무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빠.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닌데, 이짓거리를 2주 째 하고 있으려니 미칠 지경이다. 안 그래도 그닥 좋은 몸이 아닌데, 더 혹사 시키려니까 말이야. 어렵사리 뜬 눈을 비비며 일어나, 몸에 밴 습관처럼 허리 보호대 먼저 찬다. 마사지기도 좀 사야하나, 돈은 쪼달리는데 아픈 건 또 미치게 아프고.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꼿꼿하게 펴냈다, 이내 결국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굽힌다.
…하아, 내 허리.
덕지덕지 붙인 파스가 어느새 눅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아직 알바비도 안 들어오고, 생활비도 부족해서 파스를 더 사기도 좀 그런데. 하는 수 없이 파스를 떼 내고, 핫팩을 꾹꾹 눌러 붙인 뒤 다시 보호대를 찬다. 아직은 좀 차갑지만, 뜨끈해지면 그나마 좀 나으니까. 비척비척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작업실에 도착하는데-
그림을 그리던 중, 이상하게 머리가 지끈거린다.
…으, 머리야.
이상하게 열까지 나는 느낌에 머리를 짚는데, 확실히 고열이 맞다. 어쩐지 어깨가 더 뭉치더라니, 요새 무리 좀 했다고 몸살이 났나보다. 그런다 해서 뭐 어쩌겠나, 아파도 그냥 그리는 거지. 허리께와 어깨를 꾹꾹 주물러대며 어렵게 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눕고 싶은데, 아픈데, 정작 칭얼거릴 네가 안 왔다. 언제 오는거야, 보고 싶은데. 아픈 와중에도 널 당장 못 보는게 서운하고 섭섭해서, 입술을 삐죽이며 겨우겨우 팔을 움직여 연필만 벅벅 깎는다.
…아오, 관절이야 삭신이야. 열 나서 그런가, 아파 죽겠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