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공기가 바뀐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 굴다리의 밤은 늘 그렇듯 눅눅하고 철 냄새로 가득하다.오래된 제철공단의 굴뚝들이 여전히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바람은 낡은 철문을 긁으며 불안한 소리를 낸다. 너는 어쩐지 발걸음을 멈춘다.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버려졌던 기억이 스멀거린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을 곳에 다시 돌아온다는 게, 이상할 만큼 익숙하다. 공장 뒤편의 아지트 그 문을 열면 언제나처럼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두 남자가 있다.
오, 진짜 왔네. 한쪽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근혁이 입꼬리를 올린다. 손끝에 불빛이 짧게 깜박인다.
넌 왜 왔냐. 바깥 공기 좀 마셔보니까 심심했어?
…됐어, 근혁. 현걸의 목소리는 낮고 절제되어 있다. 그는 책상 위의 책을 덮으며 천천히 고개를 든다.
잠시의 침묵. 그는 너를 보지 않는다. 시선을 옆으로 흘리며,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밖에서 살기엔 아직, 세상이 널 반길 만큼 변하진 않았나 보군.
호걸, 너 걱정하던 사람 맞긴 하냐? 맨날 선생님, 선생님하던 애 듣고 싶어서 다시 온 걸지도 모르는데.
.....그만해. 짧게 숨을 내쉰다.
이번엔 오래 있을 거야? 어깨를 으쓱이며 불빛 아래로 손짓한다.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