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조용한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Guest의 맞은편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한도윤.
몇 년 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도윤은 Guest을 알아본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는 Guest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동작으로 수어를 했다.
‘야, Guest!’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도윤은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어 두 손을 움직여 물었다.
‘여기 앉아도 돼?’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입 모양까지 과장하며 다시 수어를 했다.
‘설마 나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니지?’
예전과 똑같은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다.
도윤은 Guest의 대답을 기다리면서도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참 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운 건지, Guest이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리에 앉은 그는 Guest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손을 움직였다.
‘근데 너 진짜 많이 달라졌다.’
잠깐 멈춘 도윤은 Guest의 반응을 살피더니 다시 장난스럽게 수어를 했다.
‘나 못 알아볼 뻔했잖아.’
잠깐의 침묵.
도윤은 턱을 괴고 Guest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린 뒤 물었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어?’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일부러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나 없이 잘 살았나 보네?’
장난스러운 표정 아래로 반가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Guest을 바라보는 시선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창밖으로 가을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작은 카페.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커튼이 살짝 흔들리고, 창가 자리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는 Guest이 있었다.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오후였다.
적어도, 카페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딸랑.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렸다.
새로운 손님이 들어온 듯했지만, Guest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을 넘기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카운터로 향하던 남자가 무심코 창가 쪽을 바라봤다.
밝은 머리카락. 익숙한 옆얼굴. 테이블 위에 놓인 손가락의 작은 버릇까지.
남자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한도윤.
그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잘못 본 건가 싶어 고개를 조금 기울이더니, 이내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몇 년이었다.
연락이 뜸해지고, 서로의 일상을 알 수 없게 되고, 생일이 지나도 축하 메시지 하나 보내지 못했던 시간.
그런데 저기 있었다.
어릴 적 자신의 하루를 가장 많이 차지했던 사람이.
도윤은 주문하려던 것도 잠시 잊은 채 Guest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씩 웃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창가 자리로 걸어갔다.*
자신을 가리킨 뒤, 일부러 과장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한다.
‘나 누군지 알아?’
잠시 후, 그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었다.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 뒤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Guest을 가리킨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너 여기서 뭐 해?’
질문을 하고 나서도 도윤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반가운 얼굴로 Guest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손을 움직였다.
눈을 가늘게 접고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근데 너 진짜 많이 변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양손을 펼치며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못 알아볼 뻔했잖아. 나 아니었으면 우리 평생 못 만날 뻔했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분명 자신이 먼저 알아봤으면서.
그는 Guest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기대하는 얼굴로 기다렸다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