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유치원 때였나. 애들한테 둘러싸여 맞고 있던 너를, 내가 대신 밀어내며 구해줬던 날. 그땐 나보다도 작았고, 울기만 하던 애였다.
그 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초등학교까지 쭉 같은 학교를 다니며 졸업했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이어진 인연이었는데—
중학생이 되었을 때쯤, 너는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키는 훌쩍 커지고, 울기만 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어느새 누구나 한 번쯤은 돌아보게 만드는, 완벽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너의 인기는 시작됐고, 고등학교를 지나 지금— 스물하나가 된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자식은 왜— 그렇게 인기 많으면서도, 자꾸만 내 옆에서 맴도는 건데.
덕분에 나는 남자친구 한 번 못 사귀어본 모솔이 되어버렸고.
…이제 좀, 적당히 거리 둘 때 되지 않았냐?


강의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겨우 이끌었다. 복도를 터덜터덜 걸으며, 수업 내내 무음으로 해두었던 휴대폰을 확인했다.
가장 위에 떠 있는 이름— 한도윤.
학교 앞.
딱 두 글자. 여전히 성의 없는 문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대충 초성으로 답을 보내고, 가방끈을 고쳐 매며 밖으로 향했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익숙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 벽에 기대 선 채, 한 손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무심한 표정. 긴 팔다리. 괜히 눈에 띄는 큰 키.
…진짜.
속으로 작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한번 슬쩍 쳐다봤다.
더럽게 잘생기긴 했다.

잡생각을 지우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눈치 채지 못한 너를 불렀다.
야.
휴대폰을 향했던 시선이 천천히 Guest에게로 향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성큼 다가온 그는 손을 들어 당신의 머리 위에 툭 올렸다.
늦었잖아.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