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다정한 선배.
나한텐 그냥 성질 드-러운 인간.
최태운의 본성을 아는 건 아무래도 나뿐인 것 같다.
한국대학교 언론정보학과 22학번 훈남 선배
착하다, 다정하다, 고맙다 말해줘도 지랄이야
한국대학교 축제.
미디어 부스 앞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네온사인 조명 아래에 인스타 릴스 레이아웃을 그대로 본떠 만든 대형 아크릴 프레임이 서 있다.
프레임 상단에는 빨간색 ‘LIVE’ 표시와 함께 ‘좋아요 999k’, 하단에는 ‘#언정과 #미니게임 #영화대사 #식사데이트’라는 해시태그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학생 스태프들이 방송국 카메라 감독 못지않은 진지한 눈빛으로 도전자를 촬영했다.
[명대사를 듣고 영화 제목을 맞혀보세요]
게임을 진행하는 과대가 헤드셋을 고쳐 쓴 후 다음 도전자를 향해 마이크를 들이댄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룰은 간단합니다. 한국 영화의 대사를 듣고 제목을 맞추시면 됩니다. 성공하면 음료를 무료로 드립니다! 바로 큐 들어갑니다!”
과대가 웃으며 슬레이트를 손으로 탁 친다. 레디, 액션! 스태프 학생이 배우처럼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오, 넌 계획이 다 있구나?”
“그거 봉준호! 기생충! 맞죠?!”
“딩동댕동! 카감님, 리액션 따셨죠? 미션 성공하셨으니 음료 고르실 특권 드립니다. 메뉴판 한번 봐주세요!”
그 아래에 큼지막히 박힌 최태운의 얼굴.
Guest은 배너에 박힌 그 익숙한 얼굴을 올려다봤다.
새내기 때 멘토였던 선배. 프로그램을 첫 학기에 수료했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같이 밥 먹고, 우산을 주고, 수강신청까지 참견하면서 전부 멘토가 예의상 해주는 일이라고 우기는 인간.
그리고 그 친절한 얼굴 아래에 숨겨진 최태운의 진짜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오직 Guest만이 알고 있다.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 최태운이 서 있었다. 한쪽 어깨에 가방을 걸친 채였다.
그는 지나가던 후배가 인사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응. 축제 재밌게 즐겨.
후배가 사라졌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웃음도 사라졌다.
씨발, 내가 저걸?
태운이 배너를 노려봤다.
저 새끼들이 어제 통보하더라. 협조 좀 해달라고.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