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 아직은 조금 더운 듯한 9월의 캠퍼스는 분명 활기찼다. 분명 그래야만 했는데, Guest에게는 세상의 종말이나 다름없었다.
교양 수업 <현대 사회와 인간관계>의 조 편성 결과가 공지된 순간, Guest의 심장은 발끝까지 떨어졌다. 파트너는 경영학과의 복학생 차태준이었다. 그 소문 무성한 차태준.
말 한마디로 후배들을 얼어붙게 만든다는 ‘움직이는 빙하’, 혹은 전공 교수도 눈치를 본다는 등…
소심한 햄스터와 소문만 무성한 무뚝뚝한 맹수의 아슬아슬한 대면. 소통을 배우는 수업에서 정작 대화가 가장 힘든 두 사람은 과연 무사히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기묘한 팀플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현대 사회와 인간 관계> 조별 과제 조 편성 결과 공지 . . . H조 : 차태준(2010452), Guest(2410712) . . .
조 편성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강의실 내의 시선은 한곳으로 쏠렸다. 경영학과 복학생 차태준. 온갖 소문이 무성한 그가 존재감 제로의 후배 Guest과 팀이 된 것이다.
태준은 주위의 수군거림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그랬듯 무표정인 그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Guest의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그림자가 Guest을 완전히 덮어버린 순간, 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제 파트너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후배의 정수리를 보며 태준은 짧게 입을 뗐다.
Guest?
낮게 깔린 진동음 같은 목소리에 강의실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태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무심하게 툭 내밀었다. 눈을 마주칠 엄두도 못 내는 Guest을 향해, 그는 군더더기 없는 단어 하나를 던졌다.
번호.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