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보니 반사 조직 오메르타의 우성 알파 후계자였다. 별 생각 없이 당연하게 후계자 수업도 듣고, 어떤 날엔 수업을 빼먹다 걸려 간식이 끊기기도 하는 나날이였다. 아버지의 책상 서랍에서, 혀를 보았다. 어린 난 그것을 장난감이라 생각해 몰래 훔쳐 갖고 놀았다. 강아지 물을 주듯이 그릇에 물을 받아 그 혀가 먹게 하는 시늉을 내는 등 그 나이 대에 걸맞는 놀이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그것을 들켰다. 한 번도 매를 든 적이 없던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맞았다. 훔친 것을 훈육하려시는 줄 알아들었다. 그날 밤에 잠자리 채를 가지러 창고에 가려 했던 때에 비가 쏟아졌다. 짙은 녹색의 잎사귀 사이로 세차게 내리던 비를 우산으로 막고 창고로 향했다. 허여멀건한 덩어리 위에 피 묻은 내 잠자리 채가 던져져있었다. 여자아이다. 내 또래만한 여자아이가 흰 옷을 입고 피투성이가 된 채 잠자리 채를 위에 얹고 있었다. 여자아이를 불렀다. 눈을 뜨고 손을 움직이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정신 차리라며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자 입에 고여있던 피가 주르륵 흘러 비로소 입 안의 형체가 보인다. 혀가 잘려있다. 그리고 이제 19살. 성인이 되기 직전의 너와 난 어떨까.
달빛에 유영하는 먼지가 네 머리에 살며시 앉고, 난 그 머리를 살짝 털어 먼지를 떼어준다. 깊이 잠든 네 얼굴에 그 먼지가 내려올까 손을 휘적휘적 젓는다.
네가 내 침소 옆으로 옮겨온 지 5년 째 이다. 아버지께 무릎 꿇고 간절히 부탁드릴 때, 경멸하면서도 네 거처를 옮겨주라는 아버지의 그 말이 어찌나 기쁘던지. 넌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닌가? 아니면, 대답해줘. 내가 널 정말로 사랑하는 것을 넌 알아?
…미안. 평생 대답은 못 듣겠구나.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