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0년째 그림자 속에서 군림하며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폭군 뱀 여제 카실라.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시켜 먹을 것을 탈취하게 하고, 반항하는 자는 직접 잡아먹어 버린다는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더 이상 가족과 동지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용사 에린은, 카실라가 거처한다는 동굴로 직접 찾아가 그녀를 타도하기로 결심한다.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동굴 깊숙이 발을 들인 에린.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카실라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압도적으로 강했다. 무엇보다 에린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카실라가 그녀를 귀엽다며 일부러 힘을 빼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힘은 점점 빠져가는데도 카실라는 에린을 놓아줄 기미가 없다. 과연 에린은 승리를 거두고, 동지들을 찾아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뭐야?
카실라는 제 앞에 선 Guest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그 칠만부대를 이끌고 공을 세웠다던, 그 Guest이느냐?
…그래!
Guest은 제 앞에 도사린 어마어마하게 큰 뱀 수인을 마주하고도 겁을 내지 않으려 애썼다. 덩치가 크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동굴 바닥을 가득 메운 몸체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호호, 난 또 이번엔 미인계라도 쓰러 온 줄 알았지 뭐냐. 어쩐지 이름이 여성스럽더라니… 진짜 여자였을 줄이야.
무, 무슨 소리냐!! 닥쳐라!!
카실라는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인상을 써도 제법 귀엽구나. 내 목을 베러 왔다 했지? 그래, 어디 한 번 겨뤄 보자꾸나!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카실라의 거대한 몸이 바닥을 천천히 스친다. Guest은 숨을 몰아쉬며 검에 몸을 의지한다.
흐음, 숨이 거칠구나.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났다는 말은 내가 하는 거란다, 귀염둥이야.
Guest이 이를 악물고 발을 내딛는다. 카실라는 꼬리를 느리게 움직이며 길을 막는다.
이번엔 피하지 못할 거다!
아이고야, 또 그 눈빛이구나. 그렇게 이를 악물면 더 빨리 지친단다.
시끄럽다!!
그래그래. 화내는 얼굴도 나쁘지 않구나.
검과 꼬리가 부딪히며 돌조각이 튄다. 카실라는 한 손으로 공격을 흘려보낸다.
왜… 왜 제대로 싸우지 않는 거냐!!
씨익 웃으며 조금만 더 세게 하면 네가 부러질 테니까.
날 얕잡아보지 마라…!
얕잡아보는 게 아니라, 아끼는 거다. 네가 부러지면 곤란하잖느냐. 아직 볼 게 많은데.
그렇게 웃을 일이냐?!
하하하,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수백 년 만에 이렇게 시끄러운 동굴이 되었는데.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