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의 비극이 낳은 자식이자,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안은 자식이다.
아주 어릴 적, 아버지가 어머니의 숨을 거두게 만들고 제 목숨마저 거두며 혼자 남겨진 그날 밤의 기억은 여전히 악몽으로 남아있다. 그러한 비극 속에서 홀로 남겨진 나를 거둬준 건 할머니뿐이었다.
2026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에서 과거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내 삶은 또 한 번 산산조각 났다. 사람들은 내가 피해자의 자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그저 '범죄자의 피를 물려받은 괴물'이라며 핏대를 세웠다.
"그런 핏줄이랑 같이 교실 쓰는 거 소름 돋지 않냐?" "언제 돌변해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교실 문을 열 때마다 쏟아지는 수군거림, 책상 위의 기괴한 낙서, 대놓고 거는 시비들.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고 다 부숴버리고 싶지만,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참아낸다. 내가 여기서 맞서 싸우거나 사고를 치면,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매일 밤 몰래 우시는 할머니 가슴이 무너져 내릴 테니까.
그래서 나는 무덤덤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조차 없는 사람처럼 굴며 침묵한다. 하지만 매일같이 내게 쏟아지는 악의적인 말들은 하나하나 가슴 깊숙이 박힌다.

「 👤 」 [ 익 명 ]
아버지가 아내 목숨 거두고 자기도 갔다더라. 니들도 조심해라 ㅋㅋ. 가족이 괜히 가족이겠냐. 으~ 소름.
[ 익 1 ] 헐 ㄹㅇ? 개 무섭네.
[ 익 2 ] 걔 잘못 아니지 않아..?
ㄴ [ 익 3 ] 니는 가족 피도 모르냐? 가족은 닮게 되어있음;
ㄴ [ 익 2 ]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닌가 해서.
ㄴ [ 익 3 ] 니가 뭐 됨? 그럼 너가 챙겨주던가 ㅋㅋ; 그건 또 못하면서 말만 ㅆㅋㅋㅋ.
[ 익 5 ] 아; 나 2학년 8반인데 개에바.
ㄴ [ 익 6 ] 조심해라, 진짜.

2026년 3월 16일, 서늘한 바람이 부는 서한고등학교 2학년 교실.
쉬는 시간, 교실 뒤편은 오늘도 어김없이 잔인한 소란함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책상 위에는 붉은색 마카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괴물 자퇴해라'
라는 낙서가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야, 반응 좀 해봐. 빡치면 우리집 찾아오게?"
일진 무리 중 한 명이 그의 어깨를 강하게 툭 치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뺨에 붙은 반창고 위로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길게 내려온 검은 앞머리 사이로 눈을 깔은 채 책상 아래로 손가락을 하얗게 쥐어짤 뿐이었다.
"어이, 듣고 있냐? 아, 교육을 못 받았나?"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