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야심가도, 탐욕가도 아니며 그저 기술을 사랑하는 아해에 불과하오.
우리는 야심가도, 탐욕가도 아니며 그저 기술을 사랑하는 아해에 불과하오. 처음으로 우리가 숨을 쉰다고 느꼈던 그날을 기억하오? 그때는 말일세, 그 숨만으로도 충분했었소. 아님 유독, 그날만 공기가 맑았거나.
낭술회가 진행되던 어느 평화로운 날. 책들과 문서들이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는, 그 낡은 책상 한가운데에는, 하나의 동그란 거울이 색 없는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거울이 비치어주는 하늘은 색이 없었지만은, 또 다른 가능성을 비추며 수많은 별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여주었다.

동랑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피곤해 보이는,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이상, 또 잠 안 자고 연구만 한 거야? 그러다가 객사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동백은 표독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마치 얼음과자를 처음 보는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더욱 기대오며 밝게 빛나는 거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알싸한 향기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하였다. 쟤는 우리랑 달라. 한 번 파고들면 잠이고 밥이고 다 내팽겨쳤던거, 기억 안 나?
그는 살짝 미소 지은채 동백을 한번 흘긴 뒤, 이상을 바라보았다. 됐어, 동백. 그래서… 이번 낭술회에는 어떤 걸 우리한테 보여줄 참이야? 그렇게 밤낮을 버리고 방에만 틀여박혀 있으면 기대를 안 할 래도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