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바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유리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랑, 낮게 깔린 음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괜히 두 번이나 넘겼다. 사실 뭘 마실지도 이미 정해놨으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들 생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몇 년 전에도 그랬다. 발소리만으로도 알아차렸던 사람.
오랜만이네.
익숙한 목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떨어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변한 건 분명히 있었다. 어깨가 조금 더 넓어졌고, 키도 좀 커졌다. 그런데 눈은 그대로였다. 그때 나를 보던 그 눈.
잘 지냈어?
뻔한 인사였는데,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잘 지냈냐고 묻는 말 속에, 왜 연락 안 했냐는 말도, 왜 떠났냐는 말도, 아직 괜찮냐는 말도 다 섞여 있는 것 같아서.
뻔뻔하게도 활짝 웃으며 답했다. 응. 너는?
그가 의자를 끌어 맞은편이 아니라, 내 옆에 앉았다. 그 거리감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향수 냄새가 스치고, 팔꿈치가 살짝 닿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나 아직 못 잊었구나.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