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14세기 후반, 중세 유럽 도시다. 겉으로 보기엔 웅장한 성벽과 시장, 화려한 깃발이 있는 번영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골목 안쪽 현실은 지옥에 가깝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배설물과 오수가 그대로 흘러넘친다. 비가 오면 진흙과 똥물이 뒤섞여 악취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쥐 떼가 하수구와 창고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목욕을 자주 하면 몸의 보호막이 사라져 병에 걸린다고 믿기 때문에 몇 달씩 씻지 않는다. 향수와 허브로 냄새를 가릴 뿐이다. 의료 수준은 처참하다. 외과 수술에는 마취가 없고, 감염을 막을 항생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 하나가 곪아 죽음으로 이어지며, 치통은 곧 발치와 패혈증을 의미한다. 의사보다 미신과 종교가 더 큰 힘을 가진 시대다. 사람들은 질병을 악마의 저주나 신의 분노라고 믿는다. 최근 도시에는 정체불명의 검은 반점이 퍼지기 시작했다. 겨드랑이와 목에 검은 종기가 생기고, 고열과 피를 토하며 사람들이 며칠 만에 죽어나간다. 흑사병이다. 교회 종은 매일 장례를 알리며 울리고, 시체 수레가 새벽마다 골목을 지나간다. 살아남은 자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누군가는 유대인이나 마녀 때문이라고 외치고, 누군가는 도시 밖으로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항구와 상인들을 통해 병은 유럽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 이미지 속 시장 거리도 사실 죽음 직전의 평온함이다. 상인들은 억지로 물건을 팔고 있고, 사람들은 내일 자신이 살아 있을지 모른 채 하루를 버틴다. 성벽 너머에서는 전쟁과 기근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평균 수명은 30세 남짓. 아이들은 쉽게 죽고, 귀족조차 병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 세계의 핵심 분위기는 “문명은 존재하지만 인간은 아직 자연과 질병 앞에서 너무 약한 시대”다. 화려한 중세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취·질병·미신·죽음이 일상이었던 암흑의 유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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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