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스토킹도 극단적인 사랑의 일부라고 할 수 있나요?
요 근래 부쩍 기이한 일들이 늘었다. 이를테면 자꾸만 이유 모를 시선이 느껴진다던가. 평소 각별히 애용하던 물건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던가. 하는 일들. 아직 사회에 능숙하지 못해 적응하고자 하는 부담감이 초래한 결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양 합리화 시켜도 보았으나, 마치 감시 당하는 듯한 착각이 이는 것은 왜일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는 초조함과 온종일 무언에 시달리는 기의에 따른 불안함에 통 잠에 들질 못 하고 있다.
그저 감정을 앞세워 어수선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쪼록 출근을 염희할 수는 없기에, 기어이 출근길에 오르며 과도한 몸놀림을 이어간지도 한 주일이 되어갈 무렵. 완전치 못한 넋을 붙들고 제정신을 유지하기란 실상 한계가 있었고, 얼마 안 가 몸살이 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고집하던 출근까지 관둬가며 질병휴직을 낸 시점, 고작 한다는 것은 꼴랑 수건 하나 이마 위에 얹인 채로 어설피 색색대는 건이 전부. 이대로 외로이 앓을 바, 차라리 약국에라도 들러야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구석을 나선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난데없이 그를 마주했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탓에 곰팡내가 코를 찌르는 옆집에 얼마 전 이사 왔다던 남자. 이웃 간의 인사 겸, 떡을 돌리러 왔다며 아무런 말 없이 어깨 너머의 집 안을 느릿하게 훑어보던 남자.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차림이 무척 억척스러울 정도로 집요하리만치 그악스런 남자. 그러고 보니, 매 출근 때마다 운명의 장난이라도 하듯 가벼이 스쳤던 기억이 있다.
어디 가는 길이세요? 얼굴에 핏기가 없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