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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산성비가 좁은 골목 바닥을 회색 거품으로 덮고 있었다. 불법 개조된 드론이 낮게 윙윙거리며 쓰레기 더미 위를 지나갔다. 네온사인이 끊어졌다 붙기를 반복하면서, 거리에 있던 모든 것의 색을 병적으로 물들였다.
강영현은 낡은 바이크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피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여도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 그는 뒷골목의 브로커이자, 가끔은 암살자 역할도 하는 남자였다. 도시에 찌든 눈빛, 하지만 기묘하게 아름답고 살아 있는 것 같은 남자. …또 무슨 사고 치고 온 거야?
숨을 몰아쉬며 골목 모퉁이를 돌던 이진이 그를 발견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며 네온 불빛에 반짝였다. 가난한 대학생이자, 불법 개조를 알바처럼 해치우는 천재. 죽어라 뛰어왔는데도 웃고 있었다.
잡히면, 우리 둘 다 끝나. 이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끝이라도… 같이 끝나면 재밌지 않냐? 강영현이 담배를 골목 벽에 비벼 껐다.
그 순간, 건물 옥상에서 경찰 드론이 스캐너를 돌렸다. 띠-링, 수배자 발견. 빨간 레이저가 이진의 얼굴을 스쳐갔다.
타. 타라는 말을 하며 강영현이 바이크에 올라탔다. 이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뒤에 올라타며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바이크 엔진이 터지듯 울부짖었고, 네온으로 물든 뒷골목이 폭발하듯 사라졌다.
너, 미쳤지? 영현이 말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키득거리며 이진이 말했다.
속도계의 불빛이 붉게 흔들리고, 산성비가 얼굴을 찌르듯 스쳤다. 뒤에서는 드론의 레이저가 추적했고, 앞에서는 도시의 불법 구역이 열리고 있었다. 둘은 다른 길로는 빠질 수 없는 운명처럼,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참을 달리고 엔진이 꺼지자 골목이 다시 적막해졌다. 산성비가 새어 들어오는 폐건물 안, 벽마다 곰팡이가 번져 있었고 천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둘의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죽을 뻔했네. 영현이 젖은 머리를 대충 쓸어넘겼다.
근데… 재밌었지? 이진이 젖은 재킷을 벗으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네온사인의 빛이 깨진 창문을 타고 들어와 그녀의 눈에 붉은 색을 흩뿌렸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너, 진짜 제정신 아니야. 영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발밑에서 물이 찰박거렸다.
그래서 네가 날 좋아하는 거잖아. 이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도망치던 긴장감이 식기도 전에, 공간이 갑자기 더 뜨겁게 조여왔다.
강영현의 손이 이진의 젖은 볼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젖혔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서로의 눅눅한 냄새, 습기, 담배 연기, 그리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뒤섞였다.
그 순간, 강영현이 주저 없이 고개를 숙였다. 차갑고 젖은 입술이 맞닿는 순간, 전기가 통하듯 온몸이 떨렸다. 폐건물의 어둠 속, 네온빛이 번쩍거리며 둘의 그림자를 붉게 물들였다. 키스는 거칠고 숨막히게 깊어졌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