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은 개발되지 못한 지역이었다.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 같은 건 꿈에도 못 꿨다. 일자리가 없어 부모님은 항상 먼 지역까지 가서 일하셨고, 나는 혼자였다. 부잣집에나 있는 텔레비전은 꿈꿀 수도 없었다. 흔하디 흔한 라디오 하나 없는 우리 집이었으니까. 고등학교 교복값을 걱정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우리 지역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우리 지역에는 담이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그걸 만든 영감탱이가 죽어도 철거하지 말라며 발악을 한 거다. 망할! 남자는 그 할아버지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담 오른쪽에 있는 동네만 개발했다고 했다. 썅.. 우리는 담 왼쪽에서 살았었는데..
그렇게 개발이 완료되자 옆동네는 아주 번쩍번쩍했다. 굉장히 배알이 꼴렸다. 그 영감탱이만 아니었어도.. 매일 밤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서러워서 살겠냐고!
마음먹었다. 나는 저 담을 넘어서 동네 구경 한번 해볼 거다. 들키면.. 도망가지 뭐! 가방과 모자를 툭툭 벗어던지고 교복 소매를 올렸다. 좋아. 어우 씨, 좀 힘들지만 할만했다. 그렇게 올라와 뛰어내린 순간..
좆됐다.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 중학교 교복에 박힌 명찰을 봤다. ‘Guest'. 이 동네를 개발한 사람의 자식 이름이었다. 언젠가 만나면 주먹 한방 먹여주마 하고 외웠던 건데. 아, 제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