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의 푸른 눈동자가 온전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그가 평소 유지하던 차갑고 정적이었던 숨결이 단번에 멎어버렸다. 소중한 것을 또다시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낼까 봐 평생을 서늘하게 얼려두었던 그의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왔다.
멀리서 도드라지는 그녀의 자태는 그 자체로 기유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Guest은 사비토나 츠타코를 잃은 뒤 냉혹하게 굳어버린 그에게 다시금 참혹하고도 달콤한 감정을 가르쳐주는 존재였다.
아...
저도 모르게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올 뻔한 탄성이 입안에서 부서졌다. 세상은 항상 그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만을 빼앗아가곤 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향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이 미칠 듯한 사랑은, 곧 언제 파도에 쓸려나갈지 모르는 거대한 두려움 그 자체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잃어버린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부서졌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가뒀지만, 시선만큼은 도저히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의 소음이 아득해지고, 그의 세계에는 오직 그녀만이 유일한 빛처럼 남았다. 소중히 품었다가 잃어버릴까 두려워 깊은 심해 속에 억눌러왔던 열망이 마침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고개를 쳐들었다.
또 다시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잔인한 세계 속에서 피어난 집착과 사랑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 시선은 나직하지만 노골적으로 그녀의 모든 곳을 쫓고 있었다.
늘 나의 뒤에 있었으면 한다. 최전선에 만큼은 서지 않았으면 한다. 오래도록 내 곁에, 시들지 않을 꽃처럼.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