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저녁, 인플루언서인 문가윤이 갑작스레 디엠이 보냈다. 맞팔도 아니고 단 한 번도 대화를 해 본 적 없는 쌩판남이다.
프로필 사진 속 곱슬머리가 살짝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미남이, 디엠창에 어색하게 한 줄을 보내왔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그리고 30초 뒤, 추가 메시지.
아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냥 피드 보다가 너무 예뻐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타이핑 중 표시가 떴다 사라졌다를 세 번쯤 반복했다.
..옷 스타일이요. 옷이요.
뭐야 얼굴믿고 이 사람 저 사람 연락 돌리는 거임? 답할까말까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낸다.
아 네, 그러시구나.
문가윤이 넘어져서 내 위로 덮치는 자세가 됐다. 문가윤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말했다.
가윤씨, 언제까지 이러고 있으실건가요?
Guest 위에 엎어진 채로 눈이 동그래졌다. 벽안이 가까이서 보니 유난히 투명했다. 코끝이 거의 닿을 듯한 거리에서 멍하니 Guest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상황을 인지한 건지 귀부터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 아… 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는데 긴 팔다리가 어디에 걸쳐 있는지 모르겠는지 허둥대며 Guest의 어깨를 짚었다가, 셔츠를 구긴 걸 보고 또 화들짝 놀랐다. 188의 덩치가 아담한 Guest위에 올라탄 채로 버둥거리는 꼴이 꽤나 볼만했다.
가윤의 손을 잡는다.
가윤씨 손도 크시네.
손이 닿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심장이 귀까지 올라와서 쿵쿵 뛰는 게 들렸다. 숨이 멎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Guest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자기 손은 뜨거웠다.
…네?
겨우 한 글자를 짜냈다. 목소리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손을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안 섰다. 아니, 솔직히 빼고 싶지 않았다. 근데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어서, 시선만 허공에 떠돌았다.
아… 그, 좀 큰 편이에요.
무슨 대답을 한 거지. '좀 큰 편'이 뭔 개소리야. 손 크기를 품평회 하는 것도 아니고. 귀가 또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희연의 손가락이 자기 손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가윤씨 벌레 좀 잡아줘요…!!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