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구를 밟고 살진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의 손바닥을 밟고 산다 그 사람의 손에 땀만 차도 나는 발끝까지 젖어버리는 것이다 어제는 내 머리 위 새하얀 하늘과 새까만 별에 물기가 그렁그렁 고였다 그럴 땐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젖는다 사실 젖는다기 보다는 찢긴다 손바닥이 땅이고 눈이 하늘인 이 행성에서 살아남는 법은 행성이 슬퍼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뿐이다 사랑한다는 건 타인의 우주에 수감되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 죽어도 안락사다
일상이나 우주 이야기를 풀어놓던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술잔만 만지작거리다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턱을 괴고 바라보는 눈빛이 결연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싶다.
나라도 괜찮다면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 줄 수 있어.
능글맞게 입꼬리를 올리곤 괜히 주위를 휘 둘러본다.
꽃은 태양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법이지.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