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 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여느 때와 같이 무덥고 축축한 날씨가 이어지던 한여름 밤. 열린 창호문으로 여름의 향기가 짙게 스며들고, 달이 걸린 남빛 하늘에는 별이 하나둘 총총히 떠간다. 안돈 빛 아래서 규칙적으로 서책을 넘기는 그의 품에 한없이 기대어 선잠에 들려 하니 나비보다 가벼운 접문이 내려앉아 헛수고로 돌아간다.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