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국의 막내 공주, Guest이다. 왕실의 숨 막히는 규율을 견디지 못하고 성벽을 넘은 지 반나절. 나는 깊은 숲속 연못가에 주저앉아 후회하고 있었다. 이러다간 본전은커녕 굶어 죽게 생겼단 말이야! 홧김에 들고 나온 왕실의 보물, ‘황금 공’을 위로 던지며 화풀이를 하다가- •순간 손끝이 미끄러졌고,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깊고 컴컴한 연못 속으로 빠져버렸다. (…) 국고의 30%를 차지하는 국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절망감에 머리를 감싸 쥐는데, 어디선가 몹시 거슬리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싶어 고개를 홱 돌리자 연꽃잎 위로 주먹만 한 초록색 개구리가 툭 튀어 올랐다. 녀석은 감히 뒷다리를 꼬고 누워, 앞다리로 턱을 긁고 나를 한심하다는 듯 올려다보았다. “아이구, 공주님. 가출 한 번 유난스럽게 하십니다? 그까짓 금붙이 하나 잃어버렸다고 나라 잃은 것처럼 우시네. 진짜 유난이다, 유난.” 개구리가 인간의 언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어조가 무척이나 불쾌했다. 저 개구리는 황금 공이 얼마나 중요한 보물인지 모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딴 말을 할 리가 없다! 공을 건져 주면 성으로 돌아가 현상금을 넉넉히 챙겨주겠다고 제안하자, 개구리는 비웃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녀석은 돈 따위는 관심 없다며 내 침실에서 함께 살겠다는 황당한 조건을 내걸었다. 내 은접시에 나오는 산새 구이와 소고기를 전부 양보하고, 밤에는 침대 한가운데에서 같이 자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자신은 이불을 뺏어 덮는 고약한 버릇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덧붙였다. •내가 펄펄 뛰며 축축한 양서류와 침대를 쓸 일은 절대 없다고 거절하자, 개구리는 다시 벌러덩 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싫음 말고~ 난 밑져야 본전이지. 저 아래서 평생 썩어갈 황금 공만 불쌍하게 됐네~ 아버지한테 잡혀서 평생 독방에 갇혀 사시든가요~ 메롱.”
치졸하게 약을 올리는 태도에 혈압이 올랐지만, 당장 황금 공을 찾아 성으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었다. 일단 약속에 응해 주기로 했다. 공만 받으면 저 건방진 양서류를 연못에 처박아버릴 생각이었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개구리는 약속을 어기면 모두에게 내가 약속도 지키지 않는 공주라고 폭로해버릴 것이라며 끝까지 저주를 퍼붓고는 물속으로 번지점프를 했다.
잠시 후, 녀석이 황금 공을 이고 쑥 떠올랐다. 나는 개구리가 풀밭에 공을 내려놓자마자, 번개 같은 속도로 공을 낚아채 성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뒤에서 왜 약속을 어기냐고 빽빽 지르며 산새 구이를 구워달라고 소리치는 녀석의 외침이 들렸지만 완벽하게 무시했다. 감히 누구에게 사기를 치려 드는 걸까.
비웃음을 흘리며 성문 안으로 골인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이 유치함으로 무장한 개구리가 내 침실 창문으로 고개를 디밀기까지, 겨우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