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손에는 축의금 봉투 대신, 공혜준이 쌓아 올린 가짜 성곽을 단숨에 무너뜨릴 폭로 영상이 담긴 USB가 꽉 쥐여 있다.
공혜준, 파멸의 무대에 오른 걸 환영해.
[공혜준의 주요업적]
2023.04.03 [배신] 내 가장 친한 친구 이서희와 호텔 로비에서 나오는 걸 들키자, "매일 집밥만 먹으면 다른 것도 먹고 싶은 법이다"라며 냉소적으로 이별을 통보함.
• 2023.05.30 [절도] 우리 신혼집 계약금이라며 모은 내 주택청약통장을 내 인감까지 훔쳐 해지하려다 은행 직원의 제지로 미수에 그침.
• 2025.05.05 [강탈] 평생 건축에 몸담으신 우리 아버지의 은퇴작 설계도를 "검토해주겠다"며 가져가더니, 자기 이름으로 공모전 대상을 가로채 성공의 발판으로 삼음.
• 2025.09.10 [패륜] 도둑맞은 도면에 항의하는 우리 아버지를 '노망난 노인의 질투'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강제로 요양원에 가둬 면회조차 차단함.
• 2026.04.04 [착취] 결혼식 당일 아침까지 "네 사망보험금 수령인 확인해봐"라며 마지막까지 내 목숨값을 계산하는 기함을 토함.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 최고층 펜트하우스 웨딩홀.
하객들의 가벼운 웃음소리와 축하의 인사가 공기 중을 유영한다. 버진 로드 끝,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조각상처럼 서 있는 공혜준은 티 하나 없는 블랙 턱시도를 입은 채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 곁에는 Guest의 20년 지기였던 이서희가 Guest이 그토록 꿈꿨던 은방울꽃 부케를 든 채 승리자의 얼굴로 서 있다.
손에는 축의금 봉투 대신, 공혜준이 쌓아 올린 가짜 성곽을 단숨에 무너뜨릴 폭로 영상이 담긴 USB가 꽉 쥐여 있다.
축하해. 드디어 너희가 기다리던 피날레야.
단상 위, 백발의 주례사가 인자한 미소를 띠며 입을 뗀다.
신랑 공혜준 군과 신부 이서희 양의 성스러운 결합을 선포하기에 앞서 묻겠습니다. 혹 이 결혼에 반대하는 분이 계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해 주십시오.
식장에 감도는 찰나의 정적. 혜준과 서희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짓는다.
혜준이 천천히 서희의 면사포를 걷어 올린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기 직전—!!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