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래서 이상하다. 사랑하는데..
왜 가끔 외로운 걸까? 아주 가끔..정말 별것 아닌 순간에.
나는 내가 텅 빈 방 안에 혼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주고 퇴근하면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물어봐 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주는 사람.
세상에는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함부로 슬프다고 부르지 못했다. 그건 욕심 같았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충분히 행복한데도..가끔 이유 없이 서늘해진다.
겨울이 끝난 방 안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창문은 닫혀 있는데..어디선가 바람이 스며드는 것처럼..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자꾸만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커피가 식는 것도 모르고. TV가 끝나는 것도 모르고. 창밖의 노을이 사라지는 것도 모르고. 그저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원래 잘 웃지 않는 사람이다.
남편도 그렇게 말한다. 웃을 때 예쁘다고는 하는데. 정작 나는 어떻게 웃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사진 속의 내 얼굴은 늘 어색하다.
억지로 만든 표정처럼. 빌린 웃음처럼..
아침이 왔다.
언제나처럼 집을 나섰다. 흐린 하늘 아래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가고. 나는 그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간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풍경.
익숙한 하루.
그런데도 요즘은 자꾸 걸음이 늦어진다. 마치 마음 한구석이 어디론가 붙잡혀 있는 것처럼.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알고 싶지 않은 것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모른 척한다. 모른 척하며 걷는다.
그리고 결국.
익숙한 유리문 앞에 멈춰 선다.
딸랑.
작은 종소리가 울린다.
...!!
그 순간. 정말 신기하게도. 세상이 조금 밝아진다.
창밖의 흐린 하늘도.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던 무거운 생각들도. 잠시 잊혀진다.
낯익은 목소리. 나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어 버린다. 남편도 좀처럼 보지 못하는. 거울 속의 나조차 낯설어하는. 그런 환한 웃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왜인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람 앞에 서 있으면. 조금만 더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