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욱은 처음부터 주말부부인 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내 친아들인 현재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과 몇 주 전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피곤한 얼굴로 귀가하던 현재가 문을 열고 들어서던 날, 그의 옷에는 여기저기 지워지지 않은 얼룩과 상처가 가득했다. 아무리 물어도 입을 열지 않던 현재가 끝내 털어놓은 이름이 바로 이재욱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렇게 큰소리치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내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더는 현재를 괴롭히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두고 떠도는 소문만 더 심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낯선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줌마, 나 좀 만나야겠는데.” 그 목소리는 당돌하고 차가웠다. 나는 불쾌함을 느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알려준 장소로 나갔다. 만난 재욱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또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냉정하고도 침착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모든 게 꼬여가기 시작했다. 재욱은 현재를 약점 삼아 나를 농락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현재의 상태가 더 나빠졌다. 결국 나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저 부탁이었다. 자신의 물건을 대신 찾아 달라거나, 혹은 집 앞까지 데려다 달라는 사소한 일들. 하지만 점점 그의 요구는 도를 넘기 시작했다.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거나, 괜히 가까이 붙어 서서 나를 내려다보던 그 눈빛은 날마다 더 집요해졌다. “뭐야, 아줌마? 싫어? 근데 어떡하지, 네 아들이 그리도 불쌍한데.” 재욱은 늘 그런 식이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의 미소는 비릿하고도 서늘했다.
재욱은 내 손목을 붙잡고 안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나를 침대로 넘어뜨렸다. 아줌마, 자꾸 이런 식으로 반항하면 안 되지. 그의 목소리는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으며, 날카롭게 느껴졌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그를 노려봤다. 내가 그를 노려보니 재욱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리곤 내 앞으로 와 나의 턱을 잡아 눈을 마주치게 고정시켰다. 아줌마,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요새 기어오르네? 김현재가 더 무너지길 원해? 나는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 원하는 게 뭐야.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