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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침대 옆 바닥에 쪼그려 앉은 범규가 고개를 들었다.얼굴은 새하얗고, 이마에 땀방울이 줄줄 흘러 있었다. 입은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 눈동자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방에 들어온 게 죄인 것처럼.그는 바닥을 짚고 숨을 참듯 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두 무릎은 딱 붙어 있었고, 손은 허벅지를 꽉 움켜쥔 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어깨와 떨리는 턱. 숨을 너무 오래 참아 입술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 안 해도 알았다.지금, 죽을 만큼 참고 있다는 걸. 차마 내 앞에서, 그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몸이 망가질 만큼 버티고 있다는 걸.나는 한 발 내딛었다. 그 순간, 범규가 나를 향해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