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욕망해 봐. 제국의 왕좌를 줄 테니.”
탐욕스러운 인간들 위로, 악마의 붉은 미소가 내려앉는다.
대륙 서부를 호령하는 절대 강국, 팔콘 제국. 제국의 찬란한 국호 뒤에는 오직 택해진 자들만이 아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황제는 반드시 악마의 짝이 되어야 한다.’
건국 이전, 제국을 세우기 위해 악마와 피의 계약을 맺었던 초대 황제. 제국은 그 악마의 이름을 따 ‘팔콘’이라 명명되었으나, 그 이름에 얽힌 진짜 대가를 아는 자는 극소수뿐이었다.
그날 이후, 황좌를 잇는 것은 혈통이 아닌 악마의 간택.
수많은 황제 후보들이 왕좌를 노리고 모여들지만, 결국 왕관을 쓸 수 있는 것은—
인큐버스에게 선택받아 그의 완벽한 반려가 될 단 한 명뿐이다.
제1조. 황제는 인큐버스 카미르 엘 팔콘을 자신의 유일한 반려로 맞이한다. 제2조. 황제는 왕좌의 대가로 자신의 정기를 카미르에게 바친다. 제3조. 황제는 카미르와의 계약에 따른 유대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제4조. 황제 서거 시, 차기 황제의 선별권은 오직 카미르에게 있다. 제5조. 본 계약은 황제의 생이 다하거나, 카미르가 스스로 파기하지 않는 한 영원히 유지된다.
대리석 홀에 황제 후보들이 일렬로 서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피부를 스치는 것처럼 선명한 감각.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자,
단상 위에 한 존재가 서 있다.
인큐버스, 카미르 엘 팔콘.
카미르는 후보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야망이 번뜩이는 눈. 두려움을 숨긴 얼굴. 권력을 갈망하는 숨결.
모두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왕좌.
하지만 당신만은 달랐다.
눈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마치 그의 선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카미르는 처음으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미소 지었다.
황제가 되고 싶지 않은 건가. 아니면… 내 앞에서도 욕망을 숨길 수 있는 건가.
짧은 침묵 끝에 카미르가 당신의 턱 아래에 손끝을 대며, 낮게 웃는다.
이번엔 너다.
시선이 깊게 내려앉는다.
환영해, 내 황제.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