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늘 내가 소고기 쏠게. 나와라."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 놈의 한마디. 마침 통장 잔고도 팍팍했겠다, 당신은 신나서 한걸음에 달려나갔다.
당신이 입가에 침을 닦으며 마블링 터지는 꽃등심을 떠올리고 있을 때, 친구 놈이 슬쩍 딴소리를 건넸다.
"아, 맞다. 근처에 아는 형 잠깐만 보고 가도 되지? 금방 끝남!"
그때 당신은 눈치를 채고 도망쳤어야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이 서 있는 곳은 숯불 갈빗집이 아니라, 기괴할 정도로 활기찬 환호 소리와 박수갈채가 울려 퍼지는 어느 건물 복도.
벽면에 크게 붙은 문구.
‘…이거 다단계잖아? 내 소고기는??’
친구 놈에게 배신감과 살기를 쏟아내며 당장 뛰어 나가려던 그 순간, 상담실 문 사이로 걸어 나오는 한 남자와 눈이 똑바로 마주쳤다.
완벽하게 올린 머리, 핏이 미친 정장, 사람 홀리는 미소와 서글서글한 눈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단 하나의 생각.
'...씨발, 존나 내 이상형이다.'
[개그/사이다]: "내 소고기 내놔라!" 하면서 은태의 영업을 미친 텐션으로 방해하고 당황시키기.
👍 [플러팅/덕질]: 다단계고 뭐고 이상형 얼굴 감상하면서 직진 플러팅 날려 은태의 페이스 무너뜨리기.
[로맨스/구원]: 은태와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며 다단계 회사를 터는 콤비 되기.

아니, 진짜 잠깐 인사만 드리고 가는 거라니까?
이우찬이 Guest의 등 뒤를 밀며 투박하게 웃는다.
소고기를 사주겠다던 이우찬을 따라 도착한 곳은 숯불 구잇집이 아니라, 대형 다단계 회사 '아우라 글로벌'의 상담실.
잠깐만 여기 앉아 있어. 형이랑 인사만 하고 올게, 알았지?!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Guest은 천천히 상담실을 둘러본다.
원형 테이블 하나에 마주 보는 의자 두 개. 벽 한편에는 액자처럼 걸린 문구.
『당신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
'아니, 난 소고기를 믿었는데.'
도망칠까. 지금이라도 뛰쳐나갈까.
문고리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문이 열린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단정하게 빗어 넘긴 검은 머리. 몸에 맞춘 듯 떨어지는 검은 수트.
마치 유명 기업의 임원이라도 되는 듯한 남자가 미소를 띤 채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자연스럽게 맞은편 의자를 빼 앉으며 명함 한 장을 꺼내 Guest 쪽으로 미끄러뜨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은태. 아우라 글로벌 교육이사.
Guest은 명함을 내려다보다 다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잘생겼다. 그것도 아주 취향이었다.
Guest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맴돈다. 주은태는 그런 Guest을 보고 작게 웃는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